사진=미국CFP협회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융권 최고 난이도 시험을 거쳐야 자격이 주어지는 공인재무설계사 CFP와 AFPK들이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자격증 수요 감소의 원인을 두고 인증기관인 한국FPSB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한국FPSB의 2017년 정기총회 문건에 따르면 공인재무설계 CFP와 AFPK의 자격시험의 응시자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CFP자격시험 응시자는 2009년 6137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 953명에 불과했다. CFP의 예비 자격시험인 AFPK응시자 수도 같은 기간 5만4306명에서 1만3998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합격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CFP 합격자는 2009년 1553명에서 2016년 398명으로, AFPK 합격자는 1만2228명에서 3202명으로 급감했다. 

◇ 자격증 수요 왜 줄었나?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시험은 금융기관에서 최소 3년이상 종사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 시험으로 금융권에선 꽤 난이도 있는 자격시험이다. AFPK(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자격인증시험은 CFP 취득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인증시험이다. 세계 24개국이 CFP와 AFPK 자격제도를 두고 있고 현재 국내에는 약 3만명의 CFP와 AFPK 자격자들이 배출됐다. 

갈수록 재무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다 특정 금융기관에 속해있지 않는 독립자산관리사의 수요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CFP와 AFPK를 여전히 중요한 자격시험으로 여긴다. 특히 프라이빗 뱅커(PB)들이 여전히 선망하는 자격증 중 하나로 손꼽는다. 외국에서도 이들 자격증 보유자는 윤리성을 겸비한 고급 금융전문가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런 외국의 인식과 달리 국내에서는 재무설계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어려운 자격시험을 통과하고도 주로 보험과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CFP가 배타적인 업무영역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자격보유만으로 별다른 장점을 못 느끼는 것이 수요감소의 한 원인이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때문에 같은 도전이면 회계사시험과 같이 전문직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 특정 직원에게 10억원 준 한국FPSB

이들 자격시험의 위상이 떨어지는 데에는 인증기관인 한국FPSB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 FPSB는 재무설계사로 활동하기 위한 공인 자격 CFP와 AFPK의 자격인증기관임에도 내홍으로 인해 시장 수요에 다각도로 대응하기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자격증을 가진 회원들은 지난해 9월 한국FPSB의 내부의 전횡을 발견하고 CFP·AFPK 자격자들을 중심으로 한국FPSB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250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무관청인 금융위원회에 한국FPSB의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금융위는 감사를 통해 한국FPSB가 전 사무국장 서 모씨에게 근거 없이 약 8억6000만원의 특별공로금과 1억원의 성과상여금을 지급한 것을 밝혀내고 환수명령을 내렸다. 한국FPSB의 예산규모는 연간 50억원인데 이중 20%나 되는 자금이 돈이 서씨에게 급여로 지출된 것이다. 금융위는 이외에 한국FPSB의 인사, 회원관리, 예산집행과 회계처리 등 모두 14건을 지적하고 시정과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FPSB는 금융위 처분에 대해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국FPSB는 “서씨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사망한 초대회장이 서씨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히 요청한 사항이고 이사회에서 적법하게 결의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원들 “자격증 장사만 했다”

CFP·AFPK 자격자들이 감소하는 상황이 한국FPSB가 서씨에게 업무를 전적으로 맡긴 2009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회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성명서에서 “10억 원을 근거 없이 사무국장인 서씨에게 급여로 지급한 반면 회원들을 위해 쓴 홍보비는 4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또 “서씨가 이권이 개입될 수 있는 물품구매와 용역 공사 입찰 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업무 처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이번 감사를 통해 오히려 청산의 대상이 돼야 할 서씨가 회전문 인사로 한국FPSB 사무국장에 복귀해 자신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금융위원회 감사지적사항에 대한 총괄실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국FPSB는 여전히 서씨를 옹호하고 있다. 한국FPSB는 “서씨는 금융위 감사 이후 경찰의 수사를 받았고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서씨가 한국FPSB의 설립과 발전에 기여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원단체 한 관계자는 “한국FPSB가 금융소비자에 대해 재무설계의 필요성을 홍보하지 않고 어렵게 공부하는 응시생들에게 자격증 장사만 해온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는 금융환경에서 조직의 내부 문제로 공인된 자격자가 금융소비자에게 양질의 재무설계와 채무예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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