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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현준 기자]국군기무사령부가 창설 27년 만에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된다.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 공작 등 ‘3대 불법행위’가 표면적인 계엄사 해체의 원인이었지만, 기무사 개혁이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는 군 내부에서 ‘어둠 속의 권력’ 역할을 가능하게 한 ‘동향보고’라는 평가다.

◇동향보고 북한 대남 공산화 전략과 쿠데타 방지 목적... 매년 600억 사용, 종업원까지 동원해 24시간 정보 수집

동향보고는 부대 내 동향과 지휘관을 비롯해 장교·부사관·병사의 언행과 성향을 파악하는 임무다. 대신 군 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군 장병의 신원을 조사한다고 주로 표현한다.

신원조사의 가장 큰 목적은 북한이 대남 혁명화 전략의 일환으로 국군 내 공산주의 세력을 침투시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군 일부 세력의 쿠데타 시도를 막는 임무도 신원조사의 역할이 크다. 이를 위해 기무사 대원 4200여 명이 국방부를 비롯해 육·해·공군 곳곳에 배치되어 내부를 은밀히 파악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신원조사는 365일 24시간 매 순간 이루어진다. 조사 대상인 장교와 병사들이 신원조사를 감시나 사찰로 느끼는 이유다.

신원조사는 일차적으로 대상자 주변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득문’이라 하는데 군 부대 주변의 음식점·술집 등이 득문을 위한 집중 관리 대상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기무사의 1년 정보 활동비가 600억원을 넘는다”며 “종업원들에게 돈을 지급하며 망원(정보원)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감청 역시 기무사의 주요 정보 수집 수단이기에 기무사는 군의 모든 유선전화를 24시간 감청한다. 기무사 측은 3개월마다 대통령 승인을 받기에 감청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이다.

미행도 신원조사의 한 수단이다. 기무사 출신 전역자는 “미행 대상자가 잘 보이는 장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한다”면서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옆방을 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국서 수집된 정보로 가공된 ‘존안자료’, 국방부 장관 지적하는 근거되기도

기무사는 이처럼 다양하게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통상 2~3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긍정적인 내용은 보고서에 쓰지 않는다. 전직 기무부대원은 “예로 ‘병사들과 사이가 좋다’는 ‘상하 관계가 불분명하다’로 적는다”라며 “대상자에게 곤란한 사실을 적어야 ‘보고서를 잘 쓴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군 간부 배우자들끼리 만나는 모임이 많기에 기무부대원은 자신의 부인까지 망원으로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작성된 보고서는 팩스로 본부로 송신하거나 내부 전산망에 직접 입력한다. 각지에서 보낸 보고서는 ‘존안자료’로 기무사 서버에 저장된다. 기무사 본부 정보융합실은 이를 재 가공해 대통령 또는 국방부 장관이 읽는 보고서를 만든다.

기무사령관은 수집된 정보를 근거로 상관인 국방부 장관을 겨냥한 부정적 보고도 한다. 2013년 당시 장경욱 기무사령관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관련해 ‘일부 인사를 부적절하게 한다’라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군 관계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기무사가 본인에 대해 음해성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실 여하를 떠나 기무사는 존안자료 보고 등으로 장관 인사까지 개입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상황 고려해 안보지원사도 신원 조사 불가피... 다만 그 목적과 범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갑질’ 차단

한편, 다음달 1일 기무사를 대체하기 위해 창설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도 신원조사를 계속한다. 단 그 대상을 ‘군사보안에 관련된 인원’으로 한정했다. 안보지원사는 조만간 신원조사의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쿠테타 경험이 두 차례나 있었고, 북한과의 대치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신원 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또다시 ‘갑질’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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