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생물자원 제공국에 로열티 지불해야...업계 "약가 인상 등 정부 지원 필요"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나고야의정서가 18일 발효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반면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자원제공국들은 재빨리 관련법을 마련하며 자국 천연 생물자원 보호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18일부터 나고야의정서 시행 대상국이 된다. 나고야의정서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천연 생물자원을 이용해 상품을 제조·판매할 시 발생한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나눠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이다. 즉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천연 자원을 수입해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면 이에 따른 로열티를 자원제공국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생물주권을 보전하기 위한 자원제공자와 이용자 간 협약인 셈이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은 제약업계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생물자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종은 의약품이 33.8%로 가장 컸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이 22.8%, 식품 13.2%, 화장품 9.6%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제약업계가 매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600억~700억원대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은 생물자원을 수입하는 중국은 금전적 이익의 최대 10%를 로열티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예고한 바 있다. 로열티 지급률은 자원제공자와 이용자 간 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중국·베트남 등 생물자원 보호 위한 발빠른 대처

국내에도 천연 생물자원은 있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로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원재료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 3월 입법 예고한 ‘생물유전자원 접근 이익공유 관리 조례’에 따르면 △생물자원 활용 특허 출원 시 출처 공개 의무화 △생물자원 보유인과의 이익 공유와 별도로 기금 명목의 이익발생금 0.5~10% 추가 납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생물자원을 제공해 얻게 되는 이익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취지의 규정인 것.

국내 제약업계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은 총 출고액의 0.1~0.5%, 총 연수익의 1%의 로열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지난해 6월 법 개정을 통해 나고야의정서의 원활한 이행을 추진 중이다. 브라질은 허가받지 않은 생물자원을 활용한 이익을 추가할 시 해당 제품 판매로 얻은 이익증명 금액의 2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연간 순이익의 1%를 로열티로 요구할 전망이다.

이밖에 필리핀, 인도 등도 재빠르게 관련법을 만들며 자국 생물자원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정부, 나고야의정서 대응 미흡"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천연물의약품은 △동아ST 스티렌정·모티리톤정 △GC녹십자 신바로캡슐 △SK케미칼 조인스정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영진약품 유토마외용액 △한국피엠지제약 레일라정 △구주제약 아피톡신주다.

개발 중인 의약품으로는 동아ST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제 ‘DA-9803’,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 기능성소화불량증 치료제 ‘DA-9701’ 등 4개가 있다. 영진약품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YPL-001’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천연물 의약품 판매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들이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는 발효됐는데 정부 대책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 혼란 상태”라며 “특히 가장 큰 제공국인 중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할지 아직 알 수 없어 업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상 △원재료 수입 지원 △세금 감면 혜택 등의 정부 보상 정책이 필요하다”며 “나고야의정서로 제약사가 입을 타격을 정부가 어느 정도 메워줘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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