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일정차 출국하는 엑소를 담기 위해 공항에서 팬들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들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팬이 스타를 좋아해서 하는 행위, 소위 '덕질'('덕후'와 '-질'을 합친 말)이 취미에 그치던 시절은 지났다. '오빠',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노트에 그리던 그림은 '비공식 굿즈'가 돼 다른 팬들에게 팔리고, 스타 없이 팬들만 모여 영상회나 팬 콘서트를 여는 풍경도 종종 펼쳐진다. 스타와 함께한 기념일을 축하하고자 기부나 봉사 활동 등 선행을 펼치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돈이 되는 세상. 생업을 포기하고 '덕질'에 뛰어드는 팬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집자 주>

악마에게 프라다가 있다면 '홈마'에겐 DSLR이 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스타들을 위해 만든 홈페이지의 운영자를 팬들 사이에서는 흔히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 한다. 이들 '홈마'들은 '대포'라 불리는 망원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스타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공유한다. 이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나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찍어 배포하는가는 '홈마'의 중요한 자질. 그렇다면 이들의 '원픽 장비'는 무엇일까.

■ 엄마백통·아빠백통이 뭐예요?

“헌아빠 버리고 새아빠 맞았어요.”

문장만 놓고 보면 폐륜아가 따로 없을 것 같은데, ‘덕후’들 사이에서 이는 카메라 렌즈에 대한 이야기다. ‘할매ㆍ할배백통’부터 ‘엄마백통’ ‘헌ㆍ새아빠백통’ ‘애기백통’까지 ‘홈마’들이 즐겨 쓰는 캐논의 망원 렌즈들은 나름의 족보를 가지고 있다.

굵고 길게 뻗은 망원 렌즈들이 흡사 대포처럼 보인다 해서 스타들을 찍으러 다니는 팬들을 ‘대포 부대’라 부르기도 한다. ‘백통’은 망원 렌즈들 가운데 캐논에서 생산된 하얀 색상의 제품들을 일컫는다. 1980년대에 출시된 EF80-200mm f/2.8L은 렌즈의 보디가 흑색이었는데, 1995년 제품 EF 70-200mm f/2.8L USM부터 하얗게 변했다. 이에 이전의 모델을 ‘흑통’, 후의 모델을 ‘백통’이라 부르다가 1990년대 후반에 보다 조리개 값이 낮아진 새로운 ‘백통’ 모델 EF 70-200mm f/2.8L이 출시되면서 앞선 모델을 ‘엄마백통’, 이후 모델을 ‘애기백통’이라 칭하게 됐다. 이후 ‘아빠백통’ ‘할배백통’ ‘형아백통’ ‘할매백통’ ‘새아빠백통’ 등이 잇따라 세상에 나왔다.

려욱의 제대 현장을 찾은 팬들. 드문드문 '백통' 렌즈를 사용하는 이들이 보인다.

■ “인물사진이 잘 나오는 게 가장 중요”

여러 카메라 회사들 가운데 캐논은 ‘홈마’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다. 팬들은 “홈마들은 물론이고 어느 ‘찍덕’(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팬들을 의미하는 말)들을 잡고 살펴 봐도 캐논 제품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잘나가는 ‘홈마’들의 특징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예쁘게 카메라에 담고, 또 색상을 잘 보정한다는 점인데, 캐논은 색감이 화사해 인물을 잘 살린다는 평이 있다. 장차 ‘홈마’를 꿈꾼다는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은 “보통 카메라와 렌즈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다들 캐논 제품을 이야기해 준다”면서 “색감을 잘 살려 보정에 큰 힘이 들지 않는다는 평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진가는 “같은 브랜드라도 어떤 보디와 렌즈를 사용하느냐, 또 어떻게 설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면서도 “캐논이 비교적 따뜻한 색감을 잘 표현한다는 평가가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 렌탈 매장 찾는 1030 여성들

보통 ‘홈마’들이 많이 사용하는 캐논 EOS 800D나 80D, 77D 등은 보디 가격만 수십~백만 원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수십~수백 만 원을 호가하는 ‘백통’ 렌즈 식구들까지 달려면 스타를 찍으러 나가기도 전에 허리가 휠 정도. 팬들이 즐겨 쓰는 제품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축에 속하는 캐논 EOS 800D에 ‘애기백통’ 렌즈를 조합하면 110만 원 정도이고, 고가 모델인 EOS 5D MARK4에 약 200만 원 수준인 ‘새아빠백통’ 렌즈를 장착하면 500만 원을 뛰어넘는다. 선뜻 구입하긴 어려운 가격이기에 최근 장비 렌탈 매장들을 찾는 10대~30대 여성 손님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촬영 장비 렌탈 매장 슈팅프로를 운영하고 있는 원기봉 대표는 “최근 여성 고객들이 전체 렌탈의 30~40%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과거와 비교해 여성 고객들의 방문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이야기했다.

렌즈 없이 보디만 200만 원이 넘는 캐논 EOS 5D MARK3와 300만 원이 넘는 MARK4 역시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제품. 슈팅프로의 경우 12시간 기준 각각 5만 원과 6만 원, 하루 기준 6만 원과 7만 원에 대여해 주고 있다. 1년 365일 스타를 찍으러 다니는 게 아닌, 이벤트성 촬영을 하는 팬들에게는 장비를 구입하는 것보다 렌탈이 합리적일 수 있는 이유다. 이 외에 70-200 US II이나 24-70도 여성 방문자들이 자주 대여하는 품목들이다. 원 대표는 “(팬들은) 주로 멀리서 당겨 찍고, 타이트한 샷을 많이 찍으므로 70-200이나 100-400 줌렌즈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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