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16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휴먼원정대를 스크린에 담았다. 엄 대장의 조난사한 대원의 시신을 히말라야에서 수습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러나 큰 울림으로 전달하고 있다. 황정민이 ‘히말라야’의 가장 앞에 서 휴먼원정대를 이끈다면 정우는 열심히 뒤에서 미는 역할일 터. 정우는 안타깝게도 히말라야의 영혼이 된 박무택 대원 역을 맡아 눈물 콧물을 쏙 빼놓는다. 영화 초반 정우가 보여주는 어수룩하고 유쾌한 모습은 후반부로 갈수록 슬픔의 기폭제가 돼 객석을 펑펑 울린다.

-영화를 어떻게 봤나.

“촬영한지 한참 지났는데 당시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고생한 만큼 따뜻한 감동이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 울컥하기도 했고,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뿌듯함도 느꼈다. 관객들이 잘 봤다고 해 다행이다.”

-전문 산악인들처럼 산과 빙벽을 탔다.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것과 달리 히말라야는 초반부터 트레킹에 근접하게 산을 올랐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촬영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힘을 쏟았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감정 연기에 더 충실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기압 차로 얼굴이 많이 부었고, 눈 충혈이 심했다. 영화에서 부은 모습으로 나오는데 분장이 아니다. 두통, 불면증으로 힘들었다. 밥도 잘 못 먹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통이다. 그럼에도 사고 없이 촬영을 잘 마무리 지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라는 직업도 꽤 힘들겠다 싶더라.

“산악인과 마찬가지로 직업상 가진 특수성 위험성 때문에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 같다. ‘왜 배우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반문하고 싶다. 왜 지금 당신은 이 직업을 선택했냐고.”

-숨을 거두는 연기는 쉽지 않았겠다.

“당시 상황과 공간, 환경에 집중하려 했다. 설맹(雪盲)으로 앞이 보이지 않고 깎아 지르는 각도의 산에 홀로 버려진 느낌. 추위로 굳어진 몸을 연기하기 위해 가슴 아래로는 잔뜩 힘을 줬다. 목소리는 처한 상황과 맞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힘을 뺐다.”

-영화를 위해 참고한게 있나.

“휴먼원정대 다큐멘터리를 봤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산악인들이 프로젝트에 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큐에는 생전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지만 내가 해석한 고인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분이 아닐까 했다.”

-실존인물에 심지어 고인을 연기했다.

“유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부담이 됐다. 촬영장에 두어번 오셨는데 촬영과 겹쳐 대면하지는 못했다. 극중 가족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연기에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제작보고회나 시사회에서 좀 다운됐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유가족들에게 누가 될 수 없으니까.”

-고인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산보다 산을 타는 사람을 더 좋아한 것 같다. 위인들처럼 나라를 위해,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들도 있지만 영화처럼 사람 때문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하는 이들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나.

“절대 아니다. 등반 등 많은 장면은 CG가 대신해줄 줄 알았다. 연기로 커버가 되겠지했고. 촬영에 들어가니 가벼운 털을 모아 만든 방한복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광고에서 보던 등산복들이 이렇게 무거울 줄 몰랐다. 산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장비들이 필요하고 이고 지고 매고 채우고 쓰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박무택 대원이 숨을 거두며 ‘보고 싶다’고 말하는 포인트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산악 훈련도 했다.

“실제 원정대들의 훈련방식을 속성으로 배웠다. 암벽 빙벽 등반 등 한달 배울 코스를 하루 이틀 만에 다 경험했다. 그럼에도 사고 없이 잘 끝났다.”

-몽블랑과 네팔에서 로케이션을 했다.

“몽블랑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촬영이 수월했다. 케이블카로 정상에 올랐을 정도였다. 네팔은 더 힘들었다. 얼마나 고됐는지 촬영을 다 마치고 칸첸중가에서 정상적인 침대에 누웠는데 난생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었다. 우와~ 우와 심적으로 많이 억압됐었나 보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산에 올라서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했나.

“대소변을 고민이라고 표현한다. 큰 고민, 작은 고민. 큰 고민은 참았다 숙소에서 꼭 했고 작은 고민은 자연 속에 체취를 남겼다.”

-극 초반 유쾌한 모습은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를 연상케 한다.

“결말을 알고 있으니 감정의 증폭을 크게 하고 싶었다. 초반에 고인보다 좀 더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너무 힘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통과 그리움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극중 떨어트린 삼겹살을 주워 먹을까 말까 하던데 먹었나.

“나만 웃은 장면인데!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장면인데 김인권 형이 막 구운 삼겹살을 입에 넣어줘 뜨거워 흘린 모습이었다. 먹을까 말까 어떻게 하지 장면에서 편집됐다. 안 먹었는데 실제로 입천장이 홀랑 까졌다.”

-추운 산에 이어 북극 아이슬란드도 다녀왔다.

“1월 1일 첫 방송하는 tvN ‘꽃보다 청춘’을 아이슬란드에서 찍고 왔다. 방송에도 나올텐데 아이슬란드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응답하라’ ‘히말라야’ ‘꽃청춘’까지 CJ와 궁합이 좋다.

“아 그런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영화 이후 등산 욕구는 안 생겼나.

“관심이 조금 간다. 히말라야는 가봤으니까 음 북한산 청계산 도봉산을 갔다온 뒤 아래서 닭백숙과 도토리묵을 먹으면 되겠다.”

-새해 계획은.

“액션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여러 캐릭터를 두고 보고 있다. 다음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활발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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