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프 등 '오프로더' 브랜드들, 도심형 마케팅 강화
늘어나는 SUV 수요 충족하기 위한 시도
실제 레저 인구 늘면서 등판 능력 중시하는 소비자도 증가
오토캠핑 등 소비자 행사로 레저 기능 소개하는 기회도 마련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오프로드형 자동차 업계에 ‘상경’ 대작전이 한창이다. 험지를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을 도심형으로 변신시키려는 노력이다. 여가와 일상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도심에서 여행을 느끼려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최근 강원도 평창에 특설행사장 ‘랭글러 밸리’를 조성하고 지프 올 뉴 랭글러를 출시했다.

올 뉴 랭글러는 11년만에 새로 출시된 지프의 아이코닉 모델이다. 지프의 주요 행사였던 ‘지프 캠프’도 올해에는 랭글러 출시 행사로 대체된다.

지프 관계자는 “랭글러는 지프를 대표하는 모델로, 브랜드와 고객 모두에게 풀체인지 의미가 남다르다”며 “지프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올 뉴 랭글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도록 지프캠프 대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올 뉴 랭글러는 여전히 오프로드 등판 능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도심형 사양을 강조하고 트림별 구별도 뚜렷하게 지었다. FCA코리아 제공

◆ 온로드 강조하는 오프로더들

이번 랭글러도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지프의 4륜구동 시스템인 4x4는 상시구동 시스템인 락-트랙 HD 풀타임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셀렉-트랙 풀타임 시스템 도입 등으로 험지 적응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 랭글러는 오프로더뿐이 아닌, 온로드를 달리기 위해 더 큰 노력을 들였다. 크루즈컨트롤과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이 그렇다. 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휠도 있다. 차세대 유커넥트 시스템을 쓸 수 있는 8.4인치 터치스크린과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 스피커 9개 등 도심형 SUV 못지 않은 편의 사양을 추가했다.

파워트레인도 그렇다. 올 뉴 랭글러는 2리터 터보차저 4기통 가솔린 엔진에 8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윈드실드를 각도를 조절해 공기저항도 36%나 줄였다. 덕분에 공인 연비를 9km/ℓ로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트림도 뚜렷하게 구별지었다. 스포츠와 사하라 모델에서는 구동력 배분만을 조절할 수 있는 반면, 루비콘은 후륜에 스웨이바 조작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온로드와 오프로드 용 모델을 나눈 셈이다.

지프 관계자는 “이번 랭글러는 오프로드뿐 아니라 평소 온로드에서도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사하라와 스포츠 모델은 여성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들였다”며 “일부 마니아들은 랭글러만의 투박한 멋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지만, 편의성을 높이는 변화인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프는 컴패스와 레니게이드 등 작은 오프로더를 출시하면서도 온로드 활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SUV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도 작년 디스커버리 5세대를 출시하면서 온로드 주행 안정성을 빼놓지 않았다. 레인지로버 벨라와 이보크 등 도심형 SUV에도 힘을 싣는 모양새다.

랜드로버코리아는 작년 도심형 SUV 레인지로버 벨라를 출시하면서도, 오프로드 능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전국에서 열었다.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 마케팅 수단? '레저 전성시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오프로더가 도심형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양한 SUV 수요를 충족하려는 것”이라며 "실제 오프로드 능력을 필요로하는 소비자는 적다고 보고 있다. 마케팅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프로드 능력을 갖춘 SUV가 단지 소비자들에 ‘패션카’로 소비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레저 인구가 늘면서 차 한 대로 일상과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오프로더 SUV가 도시 활용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레저 인구가 있다”며 “캠핑뿐 아니라 험지를 즐기는 마니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프로드 성능을 따져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2017년 국민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여행객 중 '야외위락 및 스포츠활동'을 즐기는 비중은 2017년 12.5%였다. 2015년(11.1%)과 2016년(11.6%)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작년까지 매년 RV 차주들을 대상으로 오토캠핑을 개최해왔다. 한국지엠 제공

2016년 7월 28일 처음 시작된 소형견인차 면허 취득도 빠르게 보급되는 모습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1만4926명이 응시해 9975명이 합격했다. 소형 견인차를 무리없이 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차량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도 이에 발맞춰 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오토 캠핑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지프 캠프가 대표적, 최근에는 혼다코리아가 세단인 어코드를 출시하면서도 오토캠핑 행사를 열었다.

국산차 업계에서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쌍용차는 오는 31일까지 '사운드 오브 뮤직'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매년 이어온 오토캠핑 행사로, 올해에는 9월 8~9일과 15~16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기아자동차도 최근 스포티지 더 볼드를 출시하면서 소비자 25명에 무료 시승과 캠핑 기회를 제공하는 '차박 캠핑 이벤트'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도 수시로 동호회를 초청해 오토 캠핑 행사를 여는 중이다.

한국지엠도 2011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RV 고객을 대상으로한 오토캠핑 행사를 이어왔다. 올해에는 내부 사정상 행사를 중단했지만, 내년 중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RV 라인업을 재편한 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토 캠핑 참가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평소 레저를 즐기지 않았던 차주들도 행사를 통해 성능을 확인하고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