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영 악화로 올해만 두 번째 희망퇴직 진행·무급휴직 계획
임원 보수는 최대 502% 인상…사장·직원 동일하게 기본급 20% 반납 제안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2000년대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현대중공업이 흔들리고 있다. 수주 절벽을 경험하며 올해에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특히 45개월째 일감이 없는 해양사업은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까지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을 이유로 올해에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부터 수주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회사로선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정 비용인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회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노조에 기본급 20% 반납을 제안했고, 희망퇴직도 두 번이나 단행하고 있다. 회사 고위층은 담화문을 통해 직원들에게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통보해 왔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장 노동자의 생계를 외면한 처사라며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기본급 인상(7.94%)과 유급휴직을 주장하는 노조의 행보가 이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기록된 임원들의 보수 현황을 보면 경영진의 호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반기중 7명의 임원(등기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28만원이다. 전년 동기(2944만원)와 비교해 240% 상승했다. 임원 범위를 등기이사로만 좁히면 임금 인상률은 무려 502%에 달한다. 강환구 대표이사 사장 등 3인의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보수는 1억899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52만원과는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여기에도 속사정은 있다. 현대중공업 임원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15년부터 직급별로 차등적으로 임금을 반납해왔다. 상무는 보수 20% 반납했고, 사장은 최저임금만 수령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부터 직급과 관계없이 반납 비중을 20%로 통일하며 보수가 다시 크게 늘어났다. 회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일반 직원들에게도 기본급 20%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직원들이 당장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와중에 임원들의 살림살이만 나아지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사측 행보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다.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회사측의 입장이 진정성있게 받아 들여지려면 고통 분담을 위한 또다른 솔선수범이 필요한 때다.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노조에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난국을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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