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故 존 메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장례식./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최근 별세한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추모식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매케인을 향한 애도와 함께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날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과 민주·공화당 의원 등이 참석한 장례식에는 거의 3시간에 걸쳐 추도식이 진행됐다. 매케인의 메건 매케인은 성조기가 덮인 아버지의 관 옆에서 트럼프를 향한 집중 포화를 가했다.

메건은 “우리는 여기 잠든 위대한 미국의 정신을 애도하기 위해 모여 있다”며 “이 정신은 조국을 향해 아버지가 기꺼이 바친 희생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 분(트럼프 대통령)의 값싼 웅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참된 미국의 정신이며, 아버지가 고통 받고 조국에 헌신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을 누리면서 살아온 기회주의자들의 탐욕은 거기에 비길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

메건은 잠시 목이 메인 채 눈물을 참았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늘 주장해온 구호를 빗대어 “미국은 원래 위대했고 존 매케인의 미국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미국이다"”라고 말했고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일어났다.

메건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민주당의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도 조사를 부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과 정치적인 대립 관계였지만, 그의 관용과 애국심이 바탕이 된 원칙주의를 보고 결국 화해하게 되었고 함께 힘을 합쳐 일하면서 "라이벌 관계는 눈 녹듯이 녹아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는 나라를 위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정책과 관행들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권력에 있는 이들의 면전에서 '미국은 이보다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권력의 남용을 혐오했으며 편견이 심한 사람들과 으스대는 폭군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목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이 추구했던 것은 남들을 억지로 미국의 의지에 따라 굴복시키는 힘이 아니었으며 국제법과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의 정신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현재 미국의 정치, 공직 생활, 공직자들의 대화는 천하고 편협해졌으며 정치권은 허세와 공격, 모욕, 가짜 주장, 억지로 위장한 분노가 판치는 장소가 되었다"고 트럼프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그런 겉으로만 용감한 모습의 실제 내부에는 비겁함이 자리잡고 있다”며 “매케인은 우리에게 그보다 큰 정치를 요구했고 그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매케인과 대립관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장례식에는 딸 이방카 트럼프 내외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 각료들을 대신 참석 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를 철폐하려는 그의 계획에 대해 매케인이 의회 내에서 반대투표를 부치며 다른 뜻을 내비치자 베트남 전 당시 공로로 참전 용사로 일컬어지는 매케인을 영웅이 아니라며 매도했다. 최근에는 매케인을 향해 "곧 죽을 사람이니 중요하지 않다"는 백악관 보좌관 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었다.

매케인이 서거한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추모하는 백악관 조기(弔旗) 게양을 단 이틀 만에 끝냈다가 미군과 재향군인 전체 등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자 이를 연장하기도 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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