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화장실 갈 때도 삼엄한 경비와 통제... 창원 온 북한 사격선수단 풍경
[현장에서] 화장실 갈 때도 삼엄한 경비와 통제... 창원 온 북한 사격선수단 풍경
  • 창원=김의기 기자
  • 승인 2018.09.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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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격 선수단이 경기를 치른 뒤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사격 선수단이 경기를 치른 뒤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김의기 기자] 22명의 북측 사격 선수단(선수 12ㆍ임원 10명)이 지난 1일 개막한 2018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첫 날인 2일 북한은 간판 김성국(32) 등이 10m 공기권총-소총, 트랩 등의 종목에 출전했으나 전원 예선 탈락했다. 지난달 31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북측 선수들, 화장실도 특별 경호   
2일 경남 창원 사격장에서 북측 선수들은 경기장 내외를 이동할 때마다 1대1 특별 경호를 받았다. 북측 선수들이 4명 움직이면 양 옆으로 4명의 경호원들이 따라 붙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격장 야외에는 참가국별로 휴게 부스가 설치돼 있어 세계 각국 선수들은 서로 교류하며 자유롭게 휴식했다. 다만 북측 선수들은 ‘비밀의 공간’에서 삼엄한 경비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한 건물 2층에 따로 마련된 휴게소에서 머물렀고 출입과 취재는 철저히 통제됐다.

인공기가 그려진 단복을 입은 북측 선수들이 이동할 때면 관람객과 해외 선수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아졌으나 소통은 일절 불가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북측 선수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서 합동지원본부를 꾸려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에서도 북측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형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아리랑 응원단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10m 공기소총 혼성팀 경기에 출전한 북한 리은경(29), 룡성강(32)과 가까운 거리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단 바로 앞에는 서길산 북한 선수단장과 북한 관계자가 앉아 있었고 대회장을 빠져나갈 때는 말 없이 가벼운 목례로만 화답했다. 
 
◇긴장 녹여낸 레드벨벳의 ‘빨간 맛’ 

북측 선수들은 지난 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흥겨운 리듬의 한국 아이돌 걸그룹 노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개막식 시작 시각인 오후 6시에 맞춰 창원실내체육관에 입장한 이들은 선수단복을 입고 1층 한 쪽에 옹기종기 모여 다소 경직된 자세로 행사를 관전했다. 뒤편 2층 관중석에는 한반도기를 든 100여 명의 아리랑 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이 입장할 때부터 ‘우리는 하나다’ 구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북측 선수단은 프로축구 경남FC 치어리더 팀의 댄스 무대와 해군의장대의 절도 넘치는 공연이 펼쳐지자 앉은 채로 간간이 박수를 쳤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이들의 경계심을 허문 것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노래 ‘빨간 맛’이었다. 빠른 템포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박수로 리듬을 맞춰가며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장내에 있던 해외 취재진도 이러한 광경이 흥미로운 듯 플래시를 터뜨리며 주목했다. 

북한 선수들이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선수들이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기 입장하자 뜨거운 박수 
이날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국기 입장식이었다. 창원대와 경남대 등에서 모인 91명의 여대생들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뒤 대회 91개 참가국의 국기를 들고 노래에 맞춰 입장했다. 각국 선수들은 자신들의 국기가 나올 때면 환호성을 쏟아냈고 참가국 규모에 따라 소리 크기는 차이가 났다. 북한의 인공기가 등장하자 장내를 가득 채운 관중들과 아리랑 응원단은 열렬히 환영했다. 이 때 북측 선수들은 처음으로 기립해 뒤편에 있던 아리랑 응원단을 향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태극기가 마지막으로 입장했을 때 환호성이 가장 컸으며 그 다음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 순이었다. 

아리랑 응원단은 하루 전 북측 선수단의 입국 때도 공항으로 마중 나가 이들을 환영했고 '아리랑'과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합창하며 북측 선수들의 흥을 돋게 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갈등과 싸움의 상징인 총이 이제 창원에서 평화의 바람을 불어오게 할 것”이라며 북측 선수들을 환영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길을 오신 북측 선수단에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