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힙합 뮤지션 짱유가 7일 새 정규앨범 ‘KOKI7’을 발표한다. 소속사를 찾기 전 이미 작업을 끝낸 이번 앨범엔 짱유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키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토리텔링의 결이 잘 살아 있는 이번 앨범에는 ‘난 모든걸 가지려 하며 살았다’ ‘키스 마이 먼쓰 올 데이’ ‘무더기’ ‘나비’ 등 7트랙이 수록돼 있다. 특별한 점이라면 이 앨범에는 타이틀 곡이 없다는 점이다. 짱유는 이 앨범이 청자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음반이 되길 바란다.

-사투리 어조가 있다.

“맞다. 부산에서 온 지 5개월쯤 됐다.”

-계속 부산에서 음악을 해온 건가.

“그렇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힙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줄곧 부산에서 음악 생활을 해 왔다.”

-서울에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돼 보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 큰 변화는 없더라. 앨범도 그대로 묻혔고. 어떤 힘이 실리지 않으면 흘러가듯 묻힌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3년 전쯤 만들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내 버리면 또 흘러가버릴 것 같더라. 3년 동안 내 음악을 서포트해 줄 사람과 회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인 라이언하트와 만났고, 서울에 오게 된 거다.”

-앨범에 타이틀 곡으로 지정된 트랙이 없다.

“내가 영화도 열린 결말인 작품을 좋아한다. 독자나 청자들이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결말 말이다. 앨범도 마찬가지다. 타이틀을 하나 정하면 그것만 주목을 받을, 물론 못 받을 수도 있지만, 것 같았다. 듣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끌리는 걸 듣고, 그들의 기억에 남는 음악이 타이틀이 되길 바랐다.”

-뮤직비디오를 해외에서 촬영했는데.

“영국 런던에서 세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또 한 편은 프랑스에서 찍었다.  ‘무더기’, ‘키스 마이 먼쓰 올 데이’, ‘나비’ 이 세 곡이 런던에서 작업한 것이고, 난 모든걸 가지려 하며 살았다’ 뮤직비디오는 프랑스에서 찍은 것이다. 회사와 컨택하기 전에 나를 보여주기 위해 혼자 가서 찍어왔다. 런던에 아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아트 디렉팅을 봐 줬다. 한국에 돌아와서 혼자 편집했다. 그게 벌써 1~2년 전이다.”

-혼자 뮤직비디오 찍을 생각은 어떻게 했나.

“영상 편집을 시작한 지는 6~7년 정도 됐다. 처음에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과 영상을 하는 사람은 서로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같이 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영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거더라. ‘난 돈도 없고, 돈 주고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을 받을 바에야 내가 공부를 해서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뮤니티 같은 데 가입해서 질문도 많이 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나를 가장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역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의 전반에 담긴 감성을 설명해 준다면.

“트라우마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우울한 감정들을 정리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어릴 때 엄마가 날 떠났고, 아빠는 돈을 벌러 다니느라 친척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그 때 쌓인 감정들이 내가 성장하는 걸 가로막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풀어내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런 마음으로, 발가락 끝에 있는 감정들까지 다 끌어올려서 배출하고자 했다.”

-음악으로 치유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음악은 내게 친구 같은 존재다. 스무 살 때 신검 받았을 때 정신과에서 따로 오라고 해서 ‘너 지금 위험하다. 마음을 정리하고 잘 살아 보라’고 하더라. 이후 5년 동안 입대를 안 하면 신검을 또 받는다. 25살 때 다시 갔는데, 그 때는 정신과에서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때 음악이 내게 갖는 큰 존재감을 느끼게 됐다. 삶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앨범으로 묵힌 감정을 다 풀었다. 다음엔 어떤 음악을 하게 될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앨범을 들어 보면 다 슬프다. 그 동안 모든 분노, 슬픔을 다 음악을 통해 풀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올 앨범들에는 행복한 감정이 많이 담길 거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고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려 하고 있다.”

사진=라이언하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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