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한국지엠이 R&D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산업은행 개입 여부에 주목이 쏠린다. 일단 반대 입장을 나타내긴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한국지엠에 신설 법인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초 계획했던 정상화 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R&D 법인을 신설하고 디자인센터 등을 따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 제공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신설 법인을 반대하면서, 산은에 비토권 행사를 요구한 바 있다. 글로벌GM이 해외에서 그랬던 것처럼, 법인 분할 후 구조조정이나 노조 분리, 심지어는 매각까지 할 수 있다는 이유다.

비토권은 한국지엠이 산은 동의 없이 철수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다. '주총특별결의사항' 17개를 의결하려면 보통주 85%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산은이 신설 법인과 관련해서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대체적인 분위기다.

17개 주총특별결의사항이 토지나 땅을 매각하는 등 구체적인 철수 움직임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신설법인 설립을 통해 일부 사업장을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R&D 신설법인을 통해 글로벌 GM에서 쉽게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고, 우수 인력 추가 확보 효과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일반 이사회에서 힘을 쓰기도 어렵다. 지분율이 17.2%에 불과해서다. 한국지엠 지분은 GM인베스트먼트 48.19%, GM아시아퍼시픽홀딩스 9.55%, GM오토모티브 홀딩스 19.22%, SAIC 6.02% 등 대부분 글로벌 GM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기업 전문가는 “신설법인 설립은 정관상 비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내용이다”며 “산업은행 지분율이 낮아서 이사회를 통해서도 막기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신설법인 설립으로 경영상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사업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이 법인 설립을 막겠다고 나서다가는 자칫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노조 측은 아직 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있었다. 정관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 비토권 행사와 관련해, 정관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추석 전에는 마무리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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