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미FTA 개정안 추진 가속화…제2의 론스타 게이트 차단
ISDS 남용도 사라져…막대한 소송비용 줄어들 듯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개정안이 ISDS(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약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이 같은 조치가 외국계 자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FTA 개정안 발효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동의 절차와 양국 서명을 마무리하고, 국회 비준을 거쳐 빠르면 올해말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한미FTA 개정 협상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국산 픽업트럭 시장을 내주는 대신, ISDS 조건을 축소하겠다는 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한미FTA 개정안 도입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ISDS 개정...무엇이 바뀌나

ISDS는 투자자가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 정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실상 투기를 목적으로 한 외국계 자본을 보호해주는 내용으로, 한미FTA 체결 당시 독소조항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개정된 ISDS는 이같은 외국 자본의 횡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우선 론스타의 중복 소송이 불가능해진다. 다국적 기업이 한미FTA가 아닌 다른 투자협정으로 ISDS 소송을 벌인 경우, 중복으로 제소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미국 본사가 아닌 벨기에 자회사를 통해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을 근거로 ISDS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패소를 당하고 본사 차원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 행위가 투자자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ISDS 제소하지 못하게 했다. 제2의 엘리엇을 막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신설한 정책이 정당하다고 판단될 시에는 권한을 보호해주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따라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 신설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 밖에도 ISDS 청구시 투자자 입증 책임을 명확히하고, '설립 전 투자' 보호 범위를 제한하는 등 ISDS를 남용하지 못하게 했다.

다만 이전에 제기된 소송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국계 자본들이 한미FTA 발효에 앞서 발빠르게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전체 시가총액 중 지분율이 1% 수준에 불과한 엘리엇에 지배구조개편안과 관련한 간섭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먹튀' 논란일으킨 'ISDS'...누구를 위한 것인가  

‘론스타 게이트’는 ISDS에 의한 대표적인 '먹튀' 사례다. 론스타는 2003년 인수한 외환은행을 2006년 큰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려다가 정부의 매각 승인을 받지 못해 좌절됐던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관계자들을 매수하는 등 불법으로 헐값에 매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외환카드를 감자한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혐의도 잡아냈다. 최근에는 자회사를 통해 꼼수로 부동산을 매각해 탈세를 시도한 데 대해서도 합법 판결을 내렸다.

그 밖에도 론스타는 하나금융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등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영까지 자행해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론스타는 ISDS를 이용해 정부를 농락했다. 2012년 5조원대 ISDS 소송을 제기한 것.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엘리엇도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ISDS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소송 규모는 8000억원 수준이다. 미국 펀드 메이슨캐피탈도 같은 이유로 약 2000억원을 청구했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도 ISDS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현대엘리베이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3000억원대 손실을 봤다는 이유다.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까지 더해 약 1조원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ISDS 소송으로만 쏟아부은 돈은 1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에만 400억원, 내년 예산안에도 엘리엇 등 소송에 대비해 135억원을 배정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 하노칼이 현대오일뱅크 주식 매각과 관련해, 이란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 계약 해지로 제기한 소송 비용도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정부는 엔텍합과의 ISDS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730억원을 물어줘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정부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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