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거래소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당초 여름 성수기를 맞아 주가 상승이 예상됐으나 폭염에다 회식 문화 변화로 맥주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또 수입 맥주 시장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주류 업체의 맥주 부문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14일 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29일 대비 13.5% 하락한 수준이다. 롯데칠성 또한 6월까지 150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지난 14일 139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 폭염에 회식 줄어 맥주 수요 감소

국내 주류 업체들은 지난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와 여름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맥주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점쳐졌다. 그러나 오히려 무더운 날씨의 영향으로 전체 맥주 시장 판매량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자 실외 활동 인구가 감소한데다 소비자들이 알코올 음료를 기피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맥주 소비가 많은 회식 문화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같은 맥주 부문 부진 전망에 IBK투자증권은 하이트진로의 목표 주가를 2만3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태현 연구원은 “폭염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업소용 시장 의존도가 높은 레귤러 맥주 매출이 감소해 맥주 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파업에 따른 기저 효과가 예상되는 4분기까지는 수익성 개선 기대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칠성의 경우 음료 부문 실적은 탄탄하지만 맥주 부문에서는 적자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주가 상승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계절적 성수기의 영향을 받고 맥주 부문 판촉비가 줄어들더라도 강하고 추세적인 주가 반등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 수입 맥주 인기에 주눅 든 국산 맥주

국산 맥주보다 수입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점도 국내 주류 업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7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생산 실적은 9512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2016년 1조196억원에 비해 6.7%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맥주 수입량은 2016년 22만4000톤에서 지난해 34만9000톤으로 56.2% 증가했다.

게다가 맥주 종량세 체계 도입안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빠지면서 국내 주류 업체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종량세’는 국산·수입 맥주 간 차별 요소를 없애기 위해 논의됐으나 수입 맥주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로써 당분간 수입 맥주 업체들은 저가 정책을 고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차재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맥주 시장의 팽창이 점차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당장 올해와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내용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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