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융권서 유일하게 방북단에 포함

[한스경제 김서연 기자] 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금융권 인사가 포함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남북관계 해빙 무드를 맞아 금융권 역시 대북사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나가고 있었는데, 남북 경협에 금융지원은 필수라는 점에서 볼 때 금융 분야에서의 협력은 더욱 필요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도 새로운 기회에 주목하며 ‘열공’에 들어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평양 방문…‘금융권 유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됐다.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에서 정부 주도 하에 금융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평소 남북경협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해왔기에 특히 이번 방북에 이목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은 남북경협의 기반을 닦는 일부터 실제 경협이 시작됐을 때 구체적인 협력 사업까지 폭넓게 수행할 수 있다”면서 남북 경협에서 산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남북경협은 크고 넓고 위험해 한두 개 금융기관이 할 수 없다”면서 여러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합심할 것을 당부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관련 정부의 대북 금융지원에 관한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비해 일찌감치 조직을 손보기도 했다. 지난 7월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개편하고, 센터 내 남북경협연구단을 만들었다. 남북 경협과 북한개발 금융 등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주도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은과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은성수 행장은 이번 특별수행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은은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고, 은 행장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수탁 기관으로서 축적해 온 대북 경협 경험과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 경험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북 경협의 새 토대를 쌓을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SOC 조성이 향후 경협 사업에 첫 번째 과제로 꼽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방북단에) 산은과 함께 철도·도로·전력 공기업 기관장이 함께 가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지주·시중은행, 대북 TFT 구성하고 특화상품 출시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도 북한 금융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략을 검토할 태스크포스팀(TFT)과 연구조직을 신설했다. 특화상품도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이산가족 고객이 미리 은행에 자금을 맡겨두면 사후에 북한 가족에 자금이 전달되는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이 상품은 통일 이후 또는 남북간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등 자금 이동이 가능한 시점에 전달된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도 위촉했다. 지난 5월부터는 지주와 각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TFT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 랩(Lab)을 설치했다. 당장 북한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경협 지원 방안을 먼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남북경협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주요 그룹사가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남북 경협 등과 관련한 구체적 추진 전략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그룹 내 주요 전략담당 부서장(연구소·전략·리스크·GIB·기업 등) 및 북한 관련 리서치 전문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열었던 우리은행 역시 준비 중인 북한 관련 상품은 없지만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면 언제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 금융지원을 할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서 범농협 차원으로 대북 관련 TFT를 출범했다. 통일기금 적립을 위한 상품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는 조건 하에 경협에 대비 중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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