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기업 위주의 리버스 ICO, 텔레그램ㆍ라쿠텐 등 잇달아 참여
'탈중앙화' 퇴색시킨다는 비판 있지만 투자리스크 감소는 매력적
ICO(가상화폐공개) 시장에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 진행하는 리버스 ICO가 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시장에 리버스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가 늘고 있다. 리버스 ICO는 스타트업이 주로 진행하는 ICO와는 달리 그 주체가 대기업 등 이미 이름이 알려진 기업인 경우가 많다.

리버스 ICO를 두고 가상화폐가 내포한 ‘탈중앙화’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보다 안전한 ICO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먼저 ICO란 가상화폐공개, 초기코인공개로 불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이다.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뒤 사업을 시작한 후 그에 상응하는 토큰(가상화폐)를 제공한다. 주식 공개 모집을 의미하는 IPO와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쉽다.

최초의 ICO는 2015년 7월 공개된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당시 이더리움을 공개하면서 비트코인으로 투자금을 받은 뒤 이더리움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해 성공적인 ICO를 이끌었다.

이더리움 이후 진행되는 ICO는 주로 백서(White Paper) 형태로 나온다. 백서에서 사업 계획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 초기 투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 텔레그램·라쿠텐도 뛰어든 리버스 ICO…라인·카카오도 ‘만지작’

리버스 ICO는 ICO와 달리 그 주체가 알려진 기업인 경우를 의미한다. ICO 앞에 ‘반대’를 의미하는 리버스가 붙은 이유다. 이미 상용화된 기업이나 플랫폼이 주체가 돼 ICO를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백서에만 의존해야 하는 일반 ICO보다 투자자 신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특징이 있다.

리버스 ICO의 대표 사례는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이다. 텔레그램은 올 초 프라이빗 투자자들에게 진행한 리버스 ICO를 통해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ICO 사상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텔레그램은 2월에 진행한 1차 프리세일에서 투자자 81명에게서 8억5000만달러를 모았고, 다시 3월엔 2차 프리세일에서 투자자 94명에게서 8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두 번의 프리세일, 200명도 채 안되는 투자자에게서 17억달러를 유치한 텔레그램은 ICO 역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도 지난 2월 리버스 ICO를 진행했다. 라쿠텐은 자사 마일리지 서비스인 ‘라쿠텐 수퍼 포인트’를 ‘라쿠텐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라쿠텐은 블록체인을 적용한 라쿠텐 코인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상품 구매에도 사용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IT업계를 중심으로 리버스 ICO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G를 통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리버스 ICO가 진행될 경우 ‘라인 코인’이나 ‘카카오 코인’ 등이 발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 “가상화폐 생태계 망친다”vs “업계 ‘메기’로 작용할 것”

리버스 ICO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리버스 ICO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기업이 주축이 되는 리버스 ICO가 자칫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가 갖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의 본질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누구에게도 집중되지 않는 ‘탈중앙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버스 ICO는 이러한 생태계를 망칠 위험이 크다”며 “리버스 ICO에 참여하는 일부 대기업은 네임밸류를 이용해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 계획을 갖고도 막대한 투자금을 모으기도 한다. 이는 가상화폐 생태계에 전혀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리버스 ICO가 기업의 새로운 자금 창출 수단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대기업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으며 리버스 ICO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이 가진 신용도를 이용해 ‘보다 안전한’ ICO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스타트업이나 ICO에 섣불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리버스 ICO는 그런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