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진흥원 대출심사 단계에서 부터 재무설계 및 채무조정 상담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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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부산에 사는 A씨는 대출금 연체에 직면해 이달 초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상담을 신청했다. 

A씨가 받은 7번의 대출 중 4곳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자금이다. A씨뿐만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상담 중 상당수가 진흥원의 서민금융 상품이 포함됐다.

A씨는 지난 2015년에 세 차례 서민금융을 이용했고 2017년에 또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한 후 연체위기에 빠졌다. 대출심사가 신용등급과 소득을 중심으로 이뤄진 탓이다. A씨는 진흥원의 금융상품을 통해 저금리로 갈아탄 후 생활비 부족으로 상향된 등급을 이용, 다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채무내역

30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바꿔드림론 등 정책 금융 상품의 연체율은 약 28%로 지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지난 5년 새 꾸준히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진흥원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지난 2012년 9.1%에 이르던 것이 2013년 16.3%, 2014년 23.8%, 2015년 27.2%, 2016년 28.1%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이 발표한 1분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각각 0.86%와 6.7%인 점을 감안하면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독보적이다. 

◆ "진흥원, 대출과 재무설계 동시에 해줘야”...전문단체 위탁도 방법

일각에서는 진흥원의 대출 이용자들이 저신용자이고 기존 대출에 상환부담이 있는 만큼 시중 금리 등 자본시장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진흥원의 대출이 꼭 저신용자에게 몰려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서민금융 상품의 대출이용자가 상환부담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상환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민금융연구포럼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이용자 60% 이상이 6등급 이상이고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불과하다. 

문제는 서민금융지흥원이 대출 일변도의 금융정책만을 고수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대출심사 단계에서 ‘대출여력’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재무설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순덕 금융복지상담협회 회장은 “진흥원이 채무조정을 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문제”라며 “대출 이후에도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연체율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진흥원의 대출 심사에 채무설계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출심사 단계에서 재무설계를 해야 대출신청자가 채무조정 대상자인지 금융지원 대상자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유 회장의 설명이다. 

진흥원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연체 사유와 대출 이용자의 관리 부분은 법률상 진흥원의 업무영역이 아니어서 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현행 법률 체계에서도 제도적 보완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전 채무조정과 재무설계를 하는 사회공헌기업 ‘희망 만드는 사람들’의 서경준 본부장은 “서민금융진흥법상 진흥원이 서민금융 관련 사업을 위탁할 수 있다”며 “서민금융 대출에 앞서 반드시 전문가 단체에 위탁해 재무상담을 받거나 대출 이후 재무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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