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동빈·박근혜, 묵시적 청탁 유죄…이재용 상고심에 영향 미칠까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을 받던 지난 5일, 삼성에서도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산 쓰고 구치소 나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재판부, 신동빈 ‘묵시적 청탁’ 유죄 인정

신 회장의 항소심 핵심 쟁점은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였다. 이에 따라 ‘제3자 뇌물공여’ 혐의의 유·무죄가 갈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2015년 11월 정부 심사에서 떨어져 사업권을 잃자,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獨對) 후 사실상 최순실 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팀은 ‘70억원’을 면세점 특허를 다시 취득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뇌물)으로 보고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 ‘명시적인 청탁’은 없었지만,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금품을 주고받기 때문에 ‘묵시적 청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특검 주장을 받아들여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역시 “신 회장은 강요의 피해자이자 뇌물 공여자”라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이례적으로 거액을 지원한 점 등을 보면 (면세점 재취득 관련)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며 “다만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책임을 엄히 묻기 어렵다”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 신동빈 항소심 주목…이재용 상고심 때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미르·K스포츠뿐 아니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최 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비용을 지원하는 등 두 사람 사이 ‘묵시적 청탁’이 존재한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 역시 신 회장의 항소심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법조계 중론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2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8월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위해 ‘묵시적으로나마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게다가 신 회장 1·2심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묵시적 청탁’과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며 “뇌물죄는 돈을 받은 이가 있다면 건넨 사람이 있는 필요적 공범 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보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양형이 같다는 점”이라며 “비슷한 죄질인데, 한 사람은 풀려나고 누구는 실형을 받으면 ‘이재용 봐주기’ 등 비난 여론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모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일각에선 재벌가에 적용되는 ‘3·5 정찰제’ 집행유예 공식이 약간 바뀌었을 뿐 되살아난 것 아니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3·5 정찰제’란 법원이 기업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시민사회나 정치권 등에서 지적하는 용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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