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한국전력이 하반기 실적 부진 전망에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원전 가동률 하락과 고유가, 달러 강세 등이 겹치며 실적 개선이 요원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만큼 당분간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2일 종가 3만7750원을 기록했던 한국전력은 지난달 13일부터 2만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지난 11·12일엔 이틀 연속 장중 2만3850원까지 떨어지며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 고유가·강달러에 비용 부담 증가

무엇보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29조43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8147억원의 손실을 냈다.

1년 새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연료비가 늘어났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가동률이 하락해 전력 구입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원전 가동률은 2015년 86.5%, 2016년 80.7%에서 지난해 71.9%로 급락했으며 지난 8월 62.9%까지 떨어졌다.

특히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만큼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는 대외 변수 불확실성 확대로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아울러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력 생산을 위한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지난 여름 7·8월 주택용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시행하면서 한국전력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 밑돌 전망

한국전력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예상치 평균은 매출 16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4700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0.7%, 47.0%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3분기 한국전력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6% 감소한 954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원전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74%으로 예상되지만 성수기 수요가 증가하고 연료비가 오르면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전력이 3분기 영업이익 1조3200억원, 4분기 626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민호 연구원 또한 “원전 가동률은 3분기 79.4%, 4분기 79.6%로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상반기 상승한 유가·석탄 가격이 하반기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를 증가시켜 하반기 실적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낮아 주가 반등 제한

이같은 하반기 실적 악화 전망에 이달 들어 주요 증권사 6곳은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전기요금 관련 정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연료비·전력 구입비 증가에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실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연구원은 “향후 주가의 추세적 반등은 정부의 전기요금 정상화 의지가 규제로 표현될 때 가능할 전망”이라며 “다만 당분간 정부의 전기요금 정상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한국전력의 투자매력도를 높였던 배당 역시 순이익 감소에 따라 축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2018~2022년 중장기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한국전력의 별도 당기순이익이 올해 4480억원 순손실, 2022년 66억400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재무관리 계획을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유의미한 배당이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보다 주가 상승 여력이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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