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 도입 기업중 70%가 '성공적'...교육자료·자체기술 부족이 걸림돌
스타트업 버즈니가 자체 딥러닝 기술로 선보인 이미지 인식 기반 쇼핑 앱 '샷핑'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에 대한 말들은 많지만, 그 적용만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산업분야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분야에서는 그 격차가 좀 더 이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16일 가트너가 전세계 전자상거래 기업 30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70%가 자사 AI 프로젝트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응답자들 중 75%는 자체 평가 기준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뤘다고 답했다.

가트너의 조사에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AI 프로젝트에 평균적으로 130만 달러(약 14.3억원)를 투자했으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평가한 기업 중 52%는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하를 투입했다.

◆ 이커머스, IT 활용의 최전방

전자상거래는 IT가 선도적으로 도입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태생이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인데다, 특성상 신기술 적용에 따른 효율성과 확장성의 차이가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인프라와 더 앞선 기술력은 더 좋은 상품을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다차원적인 데이터가 풍부한 분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다.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AWS(아마존웹서비스)도 아마존의 트래픽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부상한 아마존은 1995년부터 서적 추천엔진 으로 AI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 행동 및 평가 기반 상품 추천 시스템으로 발전된 1999년에는 이미 매출 35%가 이를 기반으로 발생한 바 있다.

2011년부터는 텍스트, 음악, 영상 등 콘텐츠 매칭·검색 서비스 ‘엑스레이(X-Ray)’를 각종 디바이스에 적용해 서비스 중이다. 물류의 경우 2014년부터 이동경로 계산 및 최적화 등에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해 물류 순환속도는 15분 단축시키면서 재고공간은 50% 늘리고 운영비용은 20%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 AI 적용·개발에 나서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치열한 경쟁만큼 IT 도입에 적극적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추천은 이제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당연시되는 기술로 자리했으며,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성과 확장성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위메프와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신속한 소프트웨어(SW) 개발과 배포를 위한 데브옵스 및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역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들로 꼽힌다.

특히 티몬의 경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기반 머신러닝 서비스인 비전 API를 활용,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키워드를 분류하고 필터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설명에서 ‘효과’라는 단어는 정책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기에 배제하는 식으로, 이로써 많은 모니터링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구글 AI포럼에서 이승배 티몬 CTO는 “처리해야 할 수만 가지의 상품 정보들이 이미지텍스트 형태로 돼있어서 이 내용을 검수하는 절차에서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닝 비전 API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특정 키워드 등을 OCR(광학문자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걸러내어 검수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절감되는 노력과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관련 스타트업들 또한 AI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출시 5년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홈쇼핑모아’ 앱을 서비스하는 버즈니는 지난해 이미지 인식 기반 쇼핑 앱 ‘샷핑’을 출시한 바 있다. 약 2년 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친 ‘샷핑’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촬영하면 딥러닝 기반으로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사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버즈니는 이를 지속 발전시켜 자사 주력 서비스 ‘홈쇼핑모아’에 적용시켜나가고 있다.

◆ 가트너 “2020년 이커머스 기업 중 60% 이상이 AI 활용”

가트너는 AI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지표로 고객 만족, 매출, 비용 절감을 꼽았다. 가트너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AI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만족 19%, 매출 15%, 비용 절감 15%의 개선을 달성했다고 응답했다. 2020년까지 전자상거래 기업 중 최소 60%가 AI를 사용하고, 전자상거래 매출의 30%가 AI 기술에 힘입어 성장한다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아직 해결해야 될 과제는 남아있다. 전자상거래에 AI 적용 시 겪게 되는 최대 과제는 양질의 교육 자료 부족(29%)과 자체 기술 부족(27%)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기업 중 43%가 솔루션을 스스로 개발하거나 서비스 제공업체의 솔루션을 변형했으나,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 중 63%는 상용 AI 솔루션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샌디 셴(Sandy Shen) 가트너 리서치 디렉터는 “전자상거래에 AI를 구현하려는 기업들은 단순하게 시작해야 한다”며 “단일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복잡성은 높은 성능을 제공하기 어렵게 만든다. AI 프로젝트를 12개월 이상 진행할 경우, 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면서 깨달은 개선점을 신속히 적용하지 못한다는 맹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