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6년 5월부터 운영한 전자계약시스템...이용률 0.34%
중개사들, '불편함'과 '불안함'이 이유라고 답해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정부가 ‘편리하고 안전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을 운영한지 2년이 지났지만 이용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 부동산 거래자 등 시장 관계자들은 전자계약시스템을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한’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16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운영을 시작한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해 성사된 거래가 실제 거래량의 0.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부동산매매 거래는 521만3636건이 이뤄졌지만 부동산 전자계약은 1만7952건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연도별 전자계약 체결 현황(지난 08월31일 기준)/자료=윤관석 의원실

부동산 거래 일선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시스템 가입도 미비하다. 2018년 1분기 기준전국에 있는 개업 중개사는 총 10만4304명이지만 시스템 가입 중개사는 2만4512명으로 가입률은 23.5%에 그쳤다.

부동산 전자계약 관련 정부 예산 투입 현황/자료=윤관석 의원실

국토교통부는 전자계약제도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2014년 1억6000만원, 2015년 10억원, 2016년 52억원, 2017년 74억원 등 총 137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사용된 예산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 및 실행방안 수립’, ‘부동산전자계약 시스템 구축’, ‘1·2차 부동산안전거래 통합지원시스템 구축’ 등에 사용됐다.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 왜 안쓸까

전자계약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감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거래자들이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한다.

우선 전자계약시스템 이용에 있어서 중개사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한다. 하지만 중개사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다보니 IT환경에 익숙하지가 않아 전자시스템 이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또 중개사가 전자계약을 추천하더라도 매도자나 매수자 중 한사람만 거부하면 전자계약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중개사도 선뜻 추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서면계약에 익숙한 문화도 주요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거래는 큰 단위의 액수가 오고가는 거래다. 거래 당사자들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서면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계약시스템에 대한 중개사들의 오해도 있다. 일부 중개사들은 전자계약으로 거래가 진행되다보면 추후 중개사들이 제외된 ‘직거래’시장이 열릴 것으로 우려해 전자계약을 꺼린다고 한다. 또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하면 중개사들의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중개사 전자계약 이용안해  

현장에서 일하는 중개사들에게 전자계약시스템에 대해 사용 여부를 물었다. 대부분 중개사들은 전자계약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며 그 이유로 ‘불편함’과 ‘불안함’을 말했다. 심지어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하면 중개사들이 빠진 채로 계약이 이뤄진다고 오해하는 중개사들도 있었다.

W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자계약시스템은 당사자들이 부동산에 방문하지 않고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시스템 사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전자계약시스템 거래 진행을 직접 도와 드리려 해도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이 공인인증서를 중개사무실로 가져와서 거래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고액의 부동산 거래를 진행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계약을 진행 한다는 점에서 전자시스템 계약을 꺼리는 고객 분들이 많다”며 “중개사들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대부분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해 거래하면 중개사 없이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직접거래가 이뤄진다고 오해하고 전자계약시스템 진행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전자계약시스템 사용하면 금리인하 혜택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일단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하는 부동산 매수자와 임차인이 매매 및 전세자금대출(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 등)을 이용할 경우 금리를 0.1% 인하한 우대금리가 제공된다고 한다. 시중 9개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0.1~0.3% 인하가 적용된다 부동산 등기수수료도 30% 더 저렴하다.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하면 부동산 거래 신고를 별도로 해야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 중개사는 부동산 거래 신고법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후 60일 이내에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한다. 기간을 놓쳐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를 물리는 중개사들도 있다고 한다.

임차인도 확정일자 신고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확정일자는 임대차 보증금에 대해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 계약체결 일자를 관련 기관에서 확인해 주는 것을 말한다.

문서 위·변조나 분실 위험도 사라진다. 거래 내용이 전자시스템에 등록돼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자격·무등록 중개사들의 불법중개행위도 원천 차단된다. 전자거래시스템 이용을 위한 중개사 신분 확인절차가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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