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now or never’. 지금이 아니면 없을 기회였다. 배우 고아라가 영화 ‘조선마술사’(12월 30일 개봉)를 차기작으로 결정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고아라는 사극 장르에 호기심을 느꼈고, 마침 풋풋한 젊음이 시나리오에 녹아 있는 조선마술사 시나리오가 눈 앞에 놓여 있었다. ‘조선마술사’는 병자호란 직후 청나라에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청명이 마술사 청년 환희와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고아라는 유승호와 호흡을 맞추며 순수한 사랑을 차분하게 그려냈다. 고아라는 연말연초의 들뜬 분위기를 느끼는 대신 ‘조선마술사’ 홍보에 올인하며 종알종알 운명적인 사랑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왜 사극이었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사극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다. 20대의 나이에 사극을 통해 첫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마침 영화가 열여섯 살 의순공주의 이야기다 보니 나이대가 비슷한데다 퓨전사극의 느낌이 있다 보니 선택을 하게 됐다.”

-사극이 힘들지 않았나.

“분장하는 시간이 현대 배경보다 길어 고생을 좀 했다. 일반 한복과 달리 영화를 위해 따로 제작한 한복이 낯설었다. 댕기머리를 한번 땋으려면 2시간씩 걸려 지치기도 했다. 분장팀에서 가체를 안 쓰니 다행이라고 위로해줬다.”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나.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청명이를 연기하며 더더욱 캐릭터에 애착이 갔다. 영화에서 청명이의 성격이 다양하게 나오다 보니 어려웠지만 더 매력을 느꼈다. 절제 속의 자유로움이나 소녀 감성에서 여자 마음 같은 것이었다.”

-병자호란 직후의 시대상과 청나라로 팔려가는 청명의 아픔이 복합적이었다.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고 연기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역사를 토대로 픽션이 가미되다 보니 감정선들이 복잡했다. 청명이 영화에서 흘리는 눈물 하나 하나가 전부 달라야 했다. 영화 배경이 전쟁 직후 민중의 슬픔이 극대화된 시기이다 보니 어떨 때는 표현이 쉬웠지만 되게 어렵기도 했다.”

-역사 공부를 따로 했나.

“어린 나이에 감당할 게 많은 청명의 무게감을 표현하는데 있어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책을 읽으며 청나라로 팔려간 시녀들의 이야기에서 (감정을) 느꼈다. 김대승 감독과도 얘기를 많이 나눴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극 연기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나.

“예절교육을 따로 받았다. 원작의 모티브가 된 의순공주가 실제 공주는 아니었지만 궁중예절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따로 예절을 배웠다. 또 편집된 장면인데 붓글씨를 쓰는 장면을 위해 2~3개월간 서예와 승마 공부를 병행했다. 붓글씨 장면은 메이킹 필름에 나온다.”

-극중 마술사 유승호처럼 마술은 안 배웠나.

“친동생이 마술사인데 따로 배우지 않았다. 가족이라도 안 알려준다더라(웃음). 영화에서 서툴게 마술을 시연해보는 장면을 연기하느라 간단한 마술을 배워봤다.”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는.

“완성작을 보면서 예뻤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싹 지나갔는데 화순적벽이 마음에 든다. 실제 가서 촬영했는데 영화만큼 예뻤다. 환희에게 쓴 편지의 구절인 ‘하늘이시여 나 그대를 알고부터’로 시작하는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표현하면서 어려웠지만 공감이 많이 갔다. 왠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파트너 유승호와의 호흡은.

“유승호를 믿고 나를 맡겼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가 전역 직후여서 되게 반가웠다. 배려심도 많고 생각도 깊은 친구라 대화를 많이 하며 연기했다.”

-촬영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유승호와 키스신 때가 생각난다. 촬영장에 의상팀 카메라팀 등 50여 명의 스태프들이 몰려왔다. 정말 중요한 신이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들 사심으로 구경을 왔던 것이었다. 물 위를 걷는 신에서 투명 유리판을 놓고 찍는데 물 밑으로 물고기들이 보여야 했다. 잘 모여들던 물고기들이 내가 발을 유리판에 닿기만 하면 피해 걷는 장면을 반복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응답하라 1988’이 인기다. 전작 출연자인데 카메오 제안은 없나.

“신원호 PD께 내가 먼저 (불러달라고) 징징댔다. 청소부든 할머니든 뭐든지 하고 싶다.”

-‘응답하라 1994’로 소위 빵 터지지 않았나.

“많은 이들과 소통이 됐지만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작품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고아라에게 사랑이 뭔가.

“놓으려고 해도 놓아지지 않고,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는게 아닐까.”

-벌써 데뷔한지 13년 차다, 슬럼프는 없었나.

“딱히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스무살 때 고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데 슬럼프 같지는 않다.”

-새해 각오는.

“여러 모습으로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다. 변신할 수 있고 도전하는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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