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01년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예금보험한도 제자리
예금보험 제도가 ‘뱅크런’ 차단 효과 크다는 연구 결과 나와...
./사진=금융위원회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지난 2001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예금보호 한도를 달라진 경제규모에 맞게 인상하는 게 타당하며 인상대상은 은행과 보험으로 국한하고 건전성 감독이 필요한 저축은행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금보험제도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저축은행 제외’에 반대하고 나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일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개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금 보호 한도 조정 및 차등화'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예금보호 한도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2001년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은 2.14배 증가했지만 한도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은행 예금액 중 보호 비중은 33.2%에서 25.9%로 떨어진 만큼 은행과 보험은 보호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저축은행에 대해선 건전성 감독이 필요한 만큼 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5000만원 순초과 예금이 6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5000만원을 넘는 순초과 예금은 저축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다.

예금자의 거주지 및 60대 이상 예금자 비중. /자료=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의 5000만원 순초과 예금은 2016년 6월만 해도 3조447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6월 4조610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6월에는 6조원을 넘기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2조7000억 원 정도가 60대 이상 예금자 소유로 추정돼, 저축은행 부실 재현될 경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저축은행에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실제 저축은행의 1년 평균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정도 높았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저축은행 건전성 판단 지표 중 하나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5.3%로 2016년 3월(9.6%)보다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주호영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축은행 사태와 그 교훈을 잊고 있는 것 같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는 하더라도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은 여러 곳에 분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예금보험 제도가 ‘뱅크런’ 차단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10일 내놓은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주범 중 한곳이었던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 인출 비율은 14.7%로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인출 비율(5.0%)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예금보험제도가 금융 안전망 기능을 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예금보험 인상을 통해 과거 저축은행의 ‘예금 대량 인출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예금보호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조정은 목표기금 규모 상향과 예금보험료 인상 부담을 초래하며 이 부담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도 상향 시 대규모 자금이동이 발생하고 금융회사와 예금자의 지나친 위험추구행위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현행 예금 보호 제도는 각 금융권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규모 확대에 맞춰 예금 보호 한도 기준을 상향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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