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K팝 대표그룹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국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포함한 K콘텐츠가 할리우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을 거둔 할리우드 영화 ‘서치’는 존 조를 비롯해 모두 한국계 배우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활동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 대형 에이전시인 WME, AIG와 각각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배우 이하늬는 최근 미국 공포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 대표 제이슨 블룸과 부산에 이어 LA에서 재회하며 할리우드 활동에 파란불을 켰다. 할리우드 내에서 문화, 인종에 대한 벽이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라 한국 콘텐츠 역시 이에 발맞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 ‘굿닥터’부터 ‘부산행’까지..할리우드에 분 韓바람

미국 ABC 드라마 '더 굿 닥터' 포스터

국내에서도 흥행한 KBS2 ‘굿 닥터’는 지난 해 리메이크 돼 미국 ABC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10시에 전파를 타고 있다. 현재 시즌2까지 방영 중이다. 한국 드라마 포맷이 시즌2까지 제작된 것은 최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린 영화 ‘부산행’(2016년)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미국 리메이크 판권은 미국 배급사 뉴라인시네마가 계약을 두고 협의 중이다. ‘쏘우’ ‘컨저링’ 시리즈 등을 제작한 제임스 완이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시나리오 작가로 ‘더 넌’의 개리 도버맨이 제안을 받았다.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에 출연한 이기홍./이십세기폭스 제공.

올 초 3부작을 마친 프랜차이즈 영화 ‘메이즈 러너’도 한국계 배우 이기홍이 주연했다. ‘화이트 워싱’(미국 할리우드에서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태) 등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공까지 거둔 대표적 사례다.

다음 달 개봉하는 할리우드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란델왈드의 범죄’(신비한 동물사전2)에 출연한 수현은 “할리우드 내 아시아인들의 움직임과 힘을 느끼고 있다”며 “아시안 캐릭터가 백인으로 교체된다든지 한 영화 당 한 명의 아시아인만 들어가는 관습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애플도 K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넷플릭스 제공.

미국 시장을 주도하는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 역시 한국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기대작으로 꼽히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 ‘킹덤’은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다. 연말 공개 예정으로 조선의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좀비물이다.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김상호, 허준호 등이 출연했다.

'김씨네 편의점' 포스터./CBC 제공.

넷플릭스는 또 캐나다 국영방송 CBC 시트콤인 ‘김씨네 편의점’을 서비스 중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시트콤으로 시즌3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이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역시 아시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라바 아일랜드'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또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한국 애니메이션 ‘라바’는 ‘라바 아일랜드’로 새롭게 제작됐다. 지난 19일부터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공개 중이며 ‘라바’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한국적 정서를 더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애플 역시 한국 콘텐츠를 내세운 작품을 만든다. 최근 TV 콘텐츠로 영역을 넓힌 애플은 한국계 이민자 가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할 예정이다. 재미 한국계 작가 이민진 씨가 쓴 소설이 원작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4대에 걸쳐 산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뤘다.

■ 한국 문화 고유성+보편적인 장르의 결합

영화 '창궐' 포스터./NEW 제공.

이처럼 한국 콘텐츠가 각광 받기 시작한 이유는 미국 미디어 시장 역시 글로벌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은 더 이상 자국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오로지 자국 문화로만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한 콘텐츠 시장으로 변화하며 국가 간의 장벽 역시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특유의 고유성과 보편적인 장르가 결합돼 색다르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창출되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최근 세계 4대륙 19개국에서 개봉 돼 호평 받은 조선판 좀비 사극 ‘창궐’과 한국형 좀비물 ‘부산행’이 그 예다. 정덕현 평론가는 “우리 콘텐츠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유성에 해외에서 만들어진 보편적인 장르가 덧입혀져 한국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 역시 글로벌한 팝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EDM 등의 장르를 쓰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돌 팬 문화나 춤의 형태는 해외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을 담고 있다”며 “완전히 자국 문화와 똑같거나 이질적인 걸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 영화 제작사 대표 역시 “할리우드가 동양 문화의 새로움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며 “소비자 역시 문화적 다양성을 요구하는 만큼 할리우드 역시 그 흐름에 발 맞추고 있다”고 짚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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