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조승욱CP

‘히든싱어 드림’이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말이 있듯이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의 기회를 잡는다는 건 행운이다. 모창만 잘 하면 상금도 타갈 수 있고 가수의 꿈도 이룰 수 있다. 원조가수도 재조명 받는다. 민경훈은 데뷔 이래 최초 고정예능에 출연했고 신지는 콘서트로 열기를 이어갔다. 故신해철의 팬들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동과 슬픔을 나눴다. 2012년 8월 프리 아나운서로 새 출발한 전현무도 수혜자 중 하나다. 시즌4까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며 그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연출자 조승욱CP는 “내가 살린 건 아니다. 원조가수와 모창자 덕분이다. 전현무도 프로그램과 잘 맞았던 것 같다”는 겸손한 말을 전했다.

-연출하면서 원칙을 세운 게 있는가.

“매회 원조가수의 음악세계를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최대한 전달되길 바랐다. 90분여 동안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려고 했다. 라운드곡 4개 외에도 배경음악도 신경 써서 골랐다. 모창자와의 교감을 통해 원조가수의 음악세계를 온전하게 전하고자 했다.”

-감동의 순간들이 매회 있다.

“감동이 반복된다는 말도 있다. 그런 반응도 귀담아 듣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래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구조에 익숙해져서 싫증을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파일럿 때부터 이미 구조가 잡혔기에 그 틀에서만 조금씩 바꾸고 있다. 매회 원조가수와 패널들이 또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또 즐겨주시는 팬들도 있다. 분명한 건 작은 부분이라도 계속 변해야 한다.”

-전현무는 유일한 고정출연자다.

“‘히든싱어’가 전현무를 살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다. 그땐 ‘히든싱어’가 이렇게 잘 될 줄은 나도 몰랐고 전현무도 몰랐다. 당시 프리선언을 했을 때도 능력있는 친구라서 러브콜이 많았다. 그 친구도 확신에 차서 ‘히든싱어’에 합류한 것은 아닐 것 같다. 물론 나도 전현무가 잘할 수 있을까 의문점이 남았다. 서로 노력해서 호흡을 잘 맞춘 것 같다.”

-원조가수 섭외가 만만치 않을 텐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다. 가수의 중요한 행사인 콘서트에 화환을 보낸다. 아주 작은노력의 일부다. 화환 보낸다고 다 출연에 응하시는 건 또 아니니까(웃음). 설득이 쉬웠던 분은 없었다. 특히 임재범 씨가 쉽지 않았다. 시즌1부터 하고 싶은 분이었는데 방송활동을 많이 안 하시는 인물이라, 시즌4를 통해 4년 만에 방송에 나오셨다.”

-이익이 더 많을 텐데 출연을 고사하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탈락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탈락이 아니라 ‘기적’이다. 모창자가 원조가수보다 더 원조가수 흉내를 잘 내서 이긴 거니까. 그렇다고 원조가수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그 시스템을 다들 잘 이해하시더라. 또 다른 이유는 모창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아닐까. 민경훈은 모창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모창을 희화화 하는 사람들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게다가 슬럼프를 겪으면서 방송활동에 움츠러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프로그램에 나와서 마음의 문도 열고 팬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게 됐다. 고정예능 JTBC ‘아는형님’도 하고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더라.”

-시즌5의 가장 큰 걸림돌도 섭외인가.

“쥐어짜는 노력은 할 수 있다. 다만 무작정 쥐어짜서는 안 된다. 시즌 하나를 완성할만한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 가수들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49명을 했는데 많이 한 것 같다. 빨리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환경이 무르익었을 때까지 기다려보겠다.”

-스핀오프 성격으로 원조가수 재도전 편은 어떨까.

“모르겠다. 그 전과 같은 모창자가 또 나온다면 재미는 반감될 것 같다. 더 큰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스핀오프를 하는 의미도 있으니까. 이번 시즌에도 재도전을 기획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만큼의 준비가 잘 되지 않더라. 기대치 이상을 충족시키는 일이 더 어렵다.”

-원하는 가수는 누군가.

“아직 못 해본 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승철, 싸이, 이소라, 박효신, 비, 지드래곤, 태양 등 마음의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히든싱어’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원래 나는 팬심이 없고 이해하지 못했다. ‘히든싱어’에 나온 사람들의 열렬한 팬심을 보면서 달라졌다. 팬으로서 가지는 마음의 값어치를 생각하게 됐고 어느 순간엔 나도 뭉클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느꼈다. 가수들의 음악세계에 더욱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원조가수와 모창자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김진호, 민경훈이 신년회 모임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 같다. ‘히든싱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소통을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더라.”

-시즌4까지 이렇게 사랑 받는 예능이 없다.

“박수 받으며 떠나는 예능은 없다고 하는데 시즌제는 다르다. 시즌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 시즌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시즌4까지 잘 돼서 참 다행이다. 하하하. 변치않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신 시청자분들 덕분이다. 그 동안 고생한 PD, 작가, 스태프, 보컬트레이너, 등 모두에게 감사하다.”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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