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백혜련 의원실 입수
채용비리 라응찬 전 회장 조카도 거론
신한은행, 금감원 검사 대비, 합격자 발표안 허위로 작성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신입사원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지난 달 31일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 손자의 채용에까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회부된 신한은행 법인은 신입행원 채용에서 남녀 합격 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춘 것을 금융당국 검사에서 숨기기 위해 합격자 발표안을 거짓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13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지난 달 31일 조 회장과 전 신한은행 인사담당 부행장, 인사 실무자 2명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한은행 법인도 남녀고용평등법 양벌 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했다. 또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컴퓨터에서 인사 관련 파일을 삭제한 인사팀 과장 1명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가담한 전 인사부장 김모씨와 이모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에 올랐던 지난 2015년 초부터 부정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고인별 범죄사실 요지 및 처분. 표=서울동부지검

◆ 전 금감원 부원장보 아들·라응찬 전 회장 조카 손자·교회 교인 아들까지

조 회장은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는 조 회장의 취임 직후부터 인사담당 과장, 팀장, 부장까지 회장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 회장은 외부청탁자 중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아들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

2015년 4월경 이모 전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2015년 상반기 신한은행 채용에 아들이 지원했다”는 말을 듣고 당시 인사부장이었던 김씨에게 이 지원자에 대해 전형별 합격, 불합격 여부에 대한 피드백을 줄 것을 지시했다.

이 지원자는 실무자 면접에서 “면접 내내 산만하게 손을 모으고 움직이는 등 전반적으로 집중하지 못함, 말투, 자세 등이 은행원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10순위를 부여함” 등의 평가로 DD 등급을 받았다. 이에 조 회장은 ‘다음 전형에서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1차 면접 등급은 DD에서 BB로 임의 상향됐다. 이에 맞춘 면접 의견도 “큰 키의 호감형으로 창구적합도가 양호하다”고 수정돼 실무자 면접에서 합격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교인의 아들 허씨가 면접 전형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허씨는 대학교 학점미달로 서류전형 탈락대상자였으나 특이자 명단으로 분류돼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허씨가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면접전형에서 불합격 처리돼 채용비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2016년 9월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 손자의 부정 입사에도 뒤를 봐줬다.

라 전 회장으로부터 “조카 손자인 나씨가 신한은행 채용에 지원했으니 잘 봐 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이 부장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나씨의 전형별 합불 여부에 대한 피드백을 줄 것을 지시했다. 이에 이 부장은 특이자 명단에 나씨를 올리고, 조 회장이 관심 있는 지원자라는 의미로 ‘得’(득) ‘★’을 기재했다.

나씨의 서류 심사 결과 ‘학업 성취도가 낮고 지원한 IT분야 전문역량이 열위이며, 금융권 준비 노력이 부족하고, 학점 필터링 컷(3.0)에 해당해 불합격권에 속한다’는 보고를 받자, 조 회장은 이 부장에게 ‘다시 검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 부장은 김 팀장에게 나씨에 대해 재심사할 것을 말하며 ‘상세 분석’ 명목으로 별도의 1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나씨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 내용의 이 보고서는 조 회장에게 올려졌고, 나씨의 서류전형 결과는 합격으로 임의변경됐다. 1차 면접 전형에서도 나씨는 ‘IT직렬 예외’에 포함돼 부정합격 됐고, 2차 면접 전형에서는 IT면접조가 아닌 일반직 면접조에 편성돼 부정합격 됐다.

조 회장의 실명이 직접 거론된 청탁 사례도 있었다.

2016년 4월 조 회장은 이 부장에게 “최씨가 2016년 상반기 신규행원 채용에 지원했으니 전형별 합불 여부를 알려달라”고 지시했고, 이 부장은 특이자 명단에 최씨를 등재해 “조용병 은행장님 관련”이라는 기재를 하게 했다. 최씨는 서류전형 탈락이었으나, 조 회장의 지시로 인사팀 관계자들이 이 지원자의 서류만 재심사해 서류평가 등급을 기존 D 등급에서 A 등급으로 임의로 변경했고 “미국대학순위 70위권, 과수석 졸업, 학업성취도 매우 우수”라는 긍정적 평가를 임의로 추가 기재했다.

검찰은 “A씨가 조 회장이 청탁한 지원자라는 사실 이외에는 기존의 해외대 합격 기준을 위반해 합격시킬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추가 POOL(풀)’이라는 기재를 해 A씨를 추가로 부정 합격 시켰다”고 밝혔다.

부정채용 혐의 지원자 명단. 특혜를 받은 151명 지원자의 성별, 모집시기, 특혜유형(업무방해 내용) 등이 적혀있다. 표=백혜련의원실

◆ 신한은행, 금감원 검사 대비해 합격자 발표안 허위로 작성

신한은행 법인은 지난 달 31일 조 회장과 함께 채용비리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상반기 채용부터 상임감사위원의 감사 및 금융감독원 검사에 대비해 합격자 발표안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2015년 상반기 1차 면접 직후, 면접점수대로 선발할 경우 조 회장이 지시한 남녀 합격자 비율(3:1)에 이르지 않자 합격권에 있던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불합격권에 있던 남성지원자를 합격시켰다. 또, 전문자격증, 해외대 출신 합격자 선발비율을 높이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

검찰은 “피고인 조 회장 등은 (이모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아들) 이씨의 1차 면접을 통과시킨 것을 비롯해 1차 면접 점수를 임의로 상향하는 방법으로 합격권 밖에 있던 23명을 합격시킴으로써 1차 면접 남녀 합격자 비율을 74.2%:25.8%로 인위적으로 맞춤과 동시에 상임감사위원의 감사 및 금융감독원 검사에 대비해 합격자 발표안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2015년 하반기에도 발표안 자료는 허위로 작성됐다.

검찰은 “2015년 하반기 실무자 면접 직후 조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SKY/남/BC’는 합격시키면서 ‘SKY/여/BC’는 불합격시키는 선발기준을 새로이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무자면접 남녀 합격자 비율을 67.2%:32.8%로 인위적으로 맞췄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감사를 앞두고 채용 대행업체에 신입행원 채용 관련 평가자료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인사부 채용팀 이 과장은 지난해 10월경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시작된 후 신한은행 채용 대행업체인 인크루트에서 보관 중이었던 2016년 하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 관련 평가자료 파일을 삭제하라고 유선으로 전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서류전형에서 민간 채용 지원업체 인크루트에게 1차 서류전형 점수 입력을 의뢰했다. 학점이 일정 기준(예: 2013년 상반기의 경우 최상위 그룹대 3.0, 서울기타대 3.3, 지방대 3.5) 미만이거나 연령이 일정 기준(예: 2013년 상반기의 경우 남자 1985년 이전 출생자, 여자 1987년 이전 출생자) 이상이면 자기소개서에 대한 실질적 평가 없이 바로 탈락시키는 속칭 ‘필터링 컷(Filtering Cut)’ 제도를 운용했다.

필터링 컷을 통과한 지원자의 경우 신한은행 인사팀에서 미리 정해준 평가 기준에 따라 인크루트가 학점 수준, 연령, 금융 관련 자격증 유무 등을 따져 1차로 점수를 부여한다. 이를 은행 인사팀이 넘겨받아 인사팀 직원들이 자기소개서를 읽고 직접 평가 점수를 입력한 뒤 그 점수를 합산함으로써 평가 서열을 정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용비리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좌절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준다”면서 “엄중한 처벌과 신속한 후속조치로 채용비리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월 금감원에서 수사 의뢰를 받은 신한카드·캐피탈·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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