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권창훈(22ㆍ수원 삼성)이 신태용호에서도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권창훈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SC스타디움에서 끝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예멘과의 2차전에서 3골을 몰아치며 팀이 5-0으로 대승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반 14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30분과 40분에 릴레이 골을 터뜨리며 26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 축구 역사도 새롭게 썼다. 23세 이하로 연령이 제한된 1992년 이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의 해트트릭은 권창훈이 처음이다. 역대 올림픽 1, 2차 예선에서는 총 4차례 해트트릭 나왔다. 1991년 필리핀전 서정원(46)과 95년 홍콩전 최용수(43), 99년 스리랑카전과 인도네시아전 이동국(37ㆍ전북 현대)이 기록의 주인공들이었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해트트릭을 작성한 선수가 없다.

권창훈은 지난해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며 한국 축구계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키 174cm에 체중 69kg으로 체격조건도 박지성(175cmㆍ72kg)과 비슷하다. 그는 축구선수로선 다소 왜소한 체격이지만, 특유의 감각과 성실함으로 지난해 K리그(35경기 10골ㆍ10위)는 물론 성인 국가대표팀(7경기 3골)과 올림픽 국가대표팀(4경기 1골)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다. 수원 삼성 산하 유스팀인 매탄고 재학시절 구단 전설이자 코치인 고종수에게 특훈을 받으면서 실력을 키워나갔다. 2013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첫해 8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한 후 2014년에는 후보 선수로 20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나날이 성장한 그는 지난해 마침내 서정원 수원 감독의 마음을 흔들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출전시간이 확보되자 권창훈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영플레이어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권창훈은 2014년 12월 제주도에서 소집한 슈틸리케호 훈련선수 명단에 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동아시안컵부터 슈틸리케호에 본격적으로 승선하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축구전문가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예멘전에서의 3골은 각도나 타이밍 등에서 모두 어려운 득점들이었다.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마련해주는 과정에서의 움직임도 좋았다.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4개국 친선 대회 때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회복된 모습이었다”고 권창훈의 컨디션을 호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권창훈이 살아나면 상대팀의 수비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이 있는 상황에서 권창훈까지 제 기량을 발휘할 경우 상대 수비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했다.

권창훈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며 발전 의지를 보였다. 대회 득점 1위(3골)로 올라선 그는 “(개인 기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이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축구계가 권창훈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다.

사진=권창훈(KFA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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