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달 28일 임시주총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예정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게 된 손태승 은행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지주사로 전환된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 체제로 항해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은 8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2019년 사업연도에 대한 정기 주주총회(2020년 3월 결산주총) 종결시까지 손태승 현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이사회는 산적한 현안을 조기에 풀어나가기 위해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가 필요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손 은행장의 겸직에 대해 우리금융 노조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었다”며 “노조 안팎에서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손 행장이 그룹을 이끄는 것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회장 겸직... '조직 수직화 우려 Vs 안정 기대' 

손 행장이 회장으로 하마평이 오를 때부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회장직의 겸직이 권력의 집중을 가져오고 이 때문에 은행 내부 조직이 수직화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또 한편으로 회장을 겸직할 경우 업무가 과중해 효율적인 지주사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이날 손 행장에 대해 ‘1년 한시’의 겸직을 허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이와 달리 금융업계는 우리은행 이사회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기술적으로 완충기간을 정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진용을 갖추는 일보다 일정기간 조직의 안정화에 중점을 둔 묘수”라며 “금융지주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주사 업무가 은행의 업무를 잠식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손 행장의 겸직과 관련해 “지주 설립 초기에는 현 우리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직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주가 출범하더라도 우리은행의 비중이 커 당분간은 우리은행 중심의 그룹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설립을 마무리하면서 비은행 부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 회사의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져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금융지주사가 향후 1년간 M&A는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주 전환 이전부터 교보증권,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패키지 매각 등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에는 여러 명의 과점주주가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견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회장의 겸직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 등은 벌어질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은행체제에서 은행법 적용을 받아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됐던 출자한도가 레버리지 효과로 M&A(기업인수합병) 여력이 130%로 확대된다. 다만 우리은행은 '조직의 안정화'라는 명제 이전에 최소 1년간 표준등급법이 적용돼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비율(BIS)이 낮게 산출되는 탓이다.  과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지주사로 전환 당시 이와 같이 자본비율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부등급법 적용 특례조항이 있었지만 지난 2016년 일몰됐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급격한 자본비율 하락을 막으려고 금감원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는 손 행장이 이사회에서 정한 1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신임 손태승 회장 후보는 누구  

다시 부활하는 우리금융지주를 이끌 손태승 우리은행장 겸 신임 회장 후보는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핀란드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에서 MBA도 공부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로 승진해 지주사 업무에 정통하다. 지난해 12월 제 51대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손 행장은 조직 내에서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장 취임 후 내부혁신TF를 가동해 침착하게 조직을 관리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행장 사임, 채용비리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에도 행원들과 소통할 기회를 확대해 은행 안팎에서 신망이 두텁다.

손 행장의 한 측근은 “지주사 출범 후 회장을 겸직하게될 손 행장은 평소 차분하고 주변이 조용한 성품”이라면서도 “사내에서 전략기획과 재무 등에 정통해 누구보다 M&A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출범 후 조직이 안정되면 언제든 M&A 시장에 큰 손으로 우리금융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편 손 행장은 12월 2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설립되는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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