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용진 의원 '바이오젠 콜옵션 대응 관련 내부문건' 공개
윤석헌 금감원장 "내부 문건, 재감리 결과에 첨부"
삼성바이오로직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부풀리기 관련 내부문건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4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과를 심의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8일 서울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년 서민금융 박람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내부문건을 통해 공개된 내용들이 금감원 재감리 결과에 첨부돼 있느냐'라는 질문에 "어제 나온 내용을 정확하게는 보지 못했지만 거기서 나온 주된 부분들이 첨부돼 있다"고 답했다. 이는 증선위에서 공개된 내부문건이 심의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 관련 회사 내부문건’을 공개하고 삼성 측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끌어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작성했고 이메일로 삼성 미래전략실에 보고됐다.

내부문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됐던 2015년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 평가액은 3조원이지만 시장평가액은 8조원 이상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로 인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올라가면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이 도출될 수 있다.

박 의원은 “삼성은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장 가치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내부문건을 통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기준 변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삼성의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회사 자본잠식 △삼성물산 부채 증가 △삼성전자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회계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문건에 따르면 삼성 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연기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1월18일 문건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함에 따라 삼성물산이 평가한 1조8000억원을 부채로 반영 시 2015년 말 로직스는 자본잠식 예상 △자본잠식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차입 불가하며 상장조건 미충족 시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위한 대응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1안은 바이오젠 콜옵션 관련 조항 수정 △2안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3안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 2안이 실제로 시행됐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는 4621억원에서 1년 만에 4조8085억원 바뀌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당기순이익 1조9049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7일 논평에서 “공개된 문건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자신의 자본잠식을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모의한 정황”이라며 “증선위는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되고 금감원은 삼성물산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과를 심의할 예정이다. 이 문건으로 분식회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견 표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내부문건/사진=박용진 의원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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