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말을 대뜸 던지는 남자는 뺨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연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연석은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다. ‘어깨깡패’(넓고 듬직한 어깨의 소유자), ‘밀크남’(흰 피부와 부드러운 미소의 남자) 등의 수식어만 봐도 여심사냥꾼의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게다가 여자가 반하는 사소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섬세함도 지녔다. 그는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 재현을 연기했다. 유능한 스포츠 에이전트로 하룻밤 연애도 사랑이라고 믿는 작업성공률 100%의 자유분방한 남자다. 유연석은 시나리오 속의 새빨간 재현 캐릭터에 하얀 물감을 풀어 핑크빛으로 만들었다.

-쉽지 않은 내용이다. 도전한 이유는.

“난감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사들과 상황들이 재미있었다. 신선했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그려볼까 궁금했고,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는 새빨간 색이었다. 상업영화의 틀에서 가다듬어지면서 그 색깔이 옅어졌다. 내가 오히려 원색으로 돌리자고 말했다.”

-재현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지.

“퍼센트를 딱 정하기도 그렇고, 정반대라고 말할 수도 없다. 처음엔 나도 재현에게 낯선 느낌을 받았고,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어색하게 느낄까 걱정했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내 안의 능청스러움이 나오더라. 연애스타일도 재현처럼 하룻밤 연애만 즐기는 것도 아니고, 철벽 스타일도 아니다. 그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처음 본 여자에게 자자는 말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 하하하.”

-대중들이 보기엔 순정파 이미지가 강한데.

“그건 극 속의 모습이다. 실제로 tvN ‘응답하라1994’ 칠봉이처럼 7년간 한 여자만 바라볼 정도는 아니다. 나도 평범하다. 그땐 야구선수라서 운동을 열심히 했고 이번 작품에선 전직 농구선수라서 힘을 뺐다. 매 작품마다 역할이 달라지고 또 새롭게 무언가를 배운다. 좋은 것 같다.”

-영화를 본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순정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여드렸는데 좋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 지인들은 ‘유연석의 실체가 이게 아니냐’라는 농담도 하더라. 배역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서 나도 좋다.”

-이젠 멜로전문 배우인가.

“멜로 장르를 많이 했다기보다 작품 안에 멜로 라인이 많았다. 왜 인지는 나도 모른다. 이미지적으로 느와르에는 맞지 않아서 그러지 않을까. 어깨깡패라고 하시는데 지금은 평범하다(웃음). 편안하고 부담 없는 이미지가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여성분들도 너무 완벽하면 부담을 느끼니까 나처럼 약간 비어있는 사람한테 끌리는 게 아닐까.”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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