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80년대 고전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여곡성’(8일 개봉)이 호러 마니아들을 찾았다.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와 그로데스크한 장면 등을 차용하며 공포영화 특유의 매력을 발휘했다. 첫 상업영화 주연에 나선 손나은과 내공 있는 연기력의 서영희의 연기 합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올드하고 식상한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다.

고아인 옥분은 조선 최고의 사대부 집안에 팔려왔다. 대를 이어갈 셋째 아들과 혼례를 치르지만 하룻밤만에 미망인이 됐다. 셋째 아들 역시 첫째, 둘째 아들과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씨받이’로 들어온 만큼 셋째 아들의 죽음으로 쫓겨날 처지에 놓이지만 임신을 해 집에 남게 됐다.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안에 남은 옥분은 하루하루 기괴한 일들을 맞이한다.

영화 '여곡성' 리뷰

영화는 여인들의 시기와 질투, 권력을 향한 욕망 등 기존의 사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했다.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맞이하는 비극과 공포를 극대화했다. 순진무구해 보인 옥분이 아이를 갖게 된 후 점점 변해가는 모습과 신씨 부인의 냉정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공포감을 더했다.

원작에서도 등장했던 지렁이 국수와 닭피를 마시는 장면 등을 그대로 구현했다. 또 원작을 처음 접한 10, 20대 관객들을 위해 적외선 촬영법 등 현대적인 공포 장면을 추가하기도 했다.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들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신씨 부인 뿐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옥분, 욕망을 드러내는 월아(박민지)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 여성상을 반영했다. 원작에는 없는 한양 최고의 무당 해천비(이태리)의 등장 역시 극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전개와 구시대적인 발상이 관객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공포영화 특유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여곡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지막 ‘히든키’처럼 나타난 반전 역시 그리 놀랍지 않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고부 갈등과 욕망, 공포 외에 다른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서영희와 손나은의 공포 케미는 만족스럽다. 전작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펼친 서영희가 이번에는 서늘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극을 이끌었다. 손나은 역시 옥분 역을 다양한 표정연기로 잘 소화했으나 발음과 발성에는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박민지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다. 러닝타임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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