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트렌드도 바뀌고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변한다. 이 같은 추세변화를 꿰 뚫고 있으면 시대를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스포츠와 연예, 경제계의 흐름을 아우르는 키워드를 선정해 2016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 A씨는 태블릿 PC를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들렀다.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의 가격을 살펴본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 같은 사양의 제품을 비교한 뒤 모바일 간편결제를 마친 A씨는 매장에 전시돼 있는 태블릿 PC와 비슷한 사양의 중국산 모델을 저렴하게 구매해 흡족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경기 침체와 장기 불황의 여파로 국내 소비 트렌드도 점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수년전부터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돼 왔는데, 최근에는 퀄리티까지 보장한 다양한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다.

■ 중국 제품의 한국 공습, ‘메이드 인 차이나’ 돌풍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 제품의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가량 증가했다. 이른 바 ‘대륙의 실수’로 불린 샤오미는 샤오미 밴드(스마트밴드), 미 에어(공기 청정기),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중저가 제품을 통해 국내 전자제품 시장에서 가성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 미밴드. 샤오미 제공

 

같은 기간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도 중국 전자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3.8배 규모로 확대됐다.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옥션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중국산 전자제품 판매량이 각각 상반기의 2배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하이얼코리아를 통해 온라인 전용 TV ‘무카(MOOKA) 32인치 HD LED’ 모델을 29만9,000원에 출시했다. 비슷한 사양의 국내 제품보다 최대 반값 저렴한 가격이다.

▲ 무카(MOOKA) 32인치 HD LED.

 

샤오미도 자회사 즈미와 11번가의 온라인 판매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본격적인 국내 시장 판매에 돌입한다. 현재 즈미는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LED 라이트, 선풍기 등 다양한 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이치훈 11번가 디지털사업부장(왼쪽)과 황문원 즈미 부사장이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11번가 제공

 

제2의 설현폰으로 불리며 SK텔레콤에서 단독 판매하는 스마트폰 ‘쏠(Sol)'도 중국 가전회사 TCL의 자회사 알카텔원터치가 제조를 맡은 제품이다. 쏠은 전작으로 평가받는 루나보다 저렴한 39만9,300원의 출고가가 책정됐다. SK텔레콤은 쏠을 통해 지난해 출시한 루나의 흥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중국산 전자제품이 단기간내 국내에서 호응을 얻은 이유는 가성비”라며 “경기 불황 속에서 중국산 제품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가 맞아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선택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단통법이 만든 新 가성비 트렌드…중저가폰·알뜰폰

가성비 선호 현상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되면서 저렴한 할부원금을 찾던 구매 패턴은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기기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단통법에 따라 법정 보조금 상한선이 최대 33만원으로 제한되는 한편 대리점 및 판매점 등 영업점에서 15%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뀌자 소비자들은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실제로 중저가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이 조사한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스마트폰 점유율을 살펴보면 갤럭시 J7(6위), 갤럭시 센스(7위), 루나(10위) 등 중저가폰으로 분류된 단말기가 3개나 포함됐다.

올해도 제조사들은 통신사와 연합해 사양과 가격을 낮춘 보급형 중저가폰을 내놓으며 고객 맞이에 한창이다.

▲ 왼쪽부터 화웨이 Y6, 쏠, 갤럭시 J7. 화웨이, SK텔레콤, 삼성전자 제공

 

SK텔레콤은 설현을 내세운 스마트폰 ‘쏠(39만3,900원)’의 예약가입을 19일부터 진행하고 22일부터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쏠은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2GB 램, 64GB의 메모리를 장착했다.

KT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보급형 중저가폰 ‘갤럭시 J7(37만4,000원)’을 출시했다. 갤럭시 J7은 5.5인치 HD S-아몰레드를 장착했고 1.5GB 램, 16GB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중국 제조사 화웨이와 협업한 LG유플러스는 단독으로 ‘화웨이 Y6(15만4,000원)’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화웨이 Y6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달만에 2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 기기는 5인치 HD IPS LCD를 채택했고 1GB 램과 8GB의 메모리를 탑재했다.

IT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중저가폰이 대중들의 선호를 받는 것은 단통법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성비 트렌드라고 봐야 한다”며 “요금 부담을 겪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기기 구매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요금 부담을 낮춘 알뜰폰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20~40대의 비율이 4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우체국이 만든 알뜰폰 요금제는 최근 이용자들의 가입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A 제로’ 요금은 기본료가 없어 통화량과 단말기 사용빈도가 낮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더불어 3만원대에 통화·문자·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EG 데이터 선택 10G 등 다양한 알뜰폰 전용 요금제가 통신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평가다.

▲ 서울 광화문우체국 알뜰폰 판매 전용 창구에서 직원들이 다양한 알뜰폰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체국 알뜰폰 요금을 사용하는 한 이용자는 “알뜰폰도 사실상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신을 이용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고 들었다”며 “비슷한 조건에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를 쓰면서 통신료가 크게 줄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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