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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먹구름에 휩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제약·바이오주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일 전 거래일 대비 8만2500원(22.42%) 내린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28만1000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일 24조348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이날 18조8901억원으로 감소해 하루 만에 5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셀트리온 또한 이날 전일보다 2만7500원(11.98%) 하락한 20만20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 주가 역시 장중 20만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선위 최종 결론 앞두고 투자심리 악화

이번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끌어내린 건 분식회계 의혹이었다.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흑자 기업으로 전환된 과정이 고의적인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지난달 31일 증선위는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 심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종 심의 결과는 오는 14일 증선위 정례회의에서 도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의 최종 판단은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변동성을 키웠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혐의가 고의 분식회계로 마무리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즉시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혐의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1일 내부문건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증거물로 제출한 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 7일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 관련 회사 내부문건’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징계 수위를 가늠할 수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안건은 금감원의 지적 사항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기준 변경의 고의성 여부(고의·중과실·과실)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징계 수위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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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기업 줄줄이 실적 부진

이 가운데 셀트리온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제약·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셀트리온 지난 9일 장 마감 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16%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시장 예상치 1416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10.30%), 신라젠(-9.14%), 에이치엘비(-10.32%), 메디톡스(-4.49%), 바이로메드(-6.51%), 코오롱티슈진(-8.25%), 셀트리온제약(-10.20%), 등이 동반 급락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고성장 산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바이오시밀러·코스메슈티컬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다”며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군에 대한 성장성에 의문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보다 밸류에이션은 디레이팅(derating)돼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제약사들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유한양행도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9.1% 줄어든 2억원에 그쳤다. 녹십자와 한미약품 또한 3분기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33.8%, 22.8% 줄었다. 제약사 역시 연구개발(R&D) 성과, 기술수출 등 호재에도 실적 악화가 주가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 향후 성장성 고려해 투자해야

올 초까지만 해도 제약·바이오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 테마감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오너 리스크 등 ‘겹악재’가 투자심리를 크게 해쳤다. 특히 현재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과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우 고성장 산업으로 기대됐으나 아직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신규 제품이 출시되거나 신규 시장 런칭이 있을 때마다 높은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회계 논란과 실적 부진에 주가가 하락해왔다”며 “앞으로는 산업 내 기초체력(펀더멘털) 회복과 영업환경 개선에 힘입어 주가의 의미 있는 반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단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지만 올해 발생한 문제들은 성장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부분들”이라며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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