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고의' 결론…15일부터 매매정지(종합)
증선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고의' 결론…15일부터 매매정지(종합)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8.11.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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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에피스 지배력 정당성 확보 위한 고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위법 아냐"…행정 소송 예고
14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1년7개월여 만의 결론이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의 결론에 '유감'이라며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증선위는 14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시된 증거와 당시 회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지배력 변경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분식회계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이다.

증선위는 이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회계처리 위반내용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중과실 위반으로 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년간 해당 회사 감사업무를 제한하며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도 3년간 감사업무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날 조치로 삼성바이오의 거래는 15일부터 정지된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일정과 절차를 통보하고 통보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 심사는 추가 15일까지 연장될 수 있어 최대 30일이 걸릴 수도 있다.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면 거래가 재개되고 심의 대상이 되면 상장 폐지까지 갈 수 있다.

증선위 안건의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는 4621억원에서 1년 만에 4조8085억원으로 바뀌었다.

증선위는 앞서 지난 7월 공시누락 고의성에 대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회계 기준 변경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구했다.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회계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콜옵션은 주식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 일지/그래픽=이석인 기자

하지만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회사 측이 콜옵션 연기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할 정당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자본잠식 등 불리한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모의했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번 증선위 판단에도 이 문서가 결정적 증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겨레는 14일 단독 보도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는데 활용한 콜옵션을 당초 ‘평가불능’으로 꾸며 회계에 반영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입수한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가치를 산정할 수 없는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채권평가회사에 요구해 입수한 것으로 나온다. 즉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회계처리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방향을 최종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거래 정지 대상이 됐지만 상장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장주 삼성바이오가 상장 폐지되면 한국 주식 시장 불안정성이 부각되고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며 “국내 주식 시장 특성상 외국인 매수매도는 주가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에 상장 폐지는 국내 주식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금융 당국도 극단적인 징계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때도 금융 당국은 3개월간 거래 정지 징계로 사태를 마무리한 바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발표 후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선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사업에 더욱 매진해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