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설업계 "큰 의미 없다" 볼멘소리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집값 거품을 걷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여정부 시절로 강화되는 규제로 대부분의 항목이 세세히 공개되니 ‘원가 부풀리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넘어 민간주택에까지 잣대를 들이댈 명분이 있는지 여부와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이유로 든다.

1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는 분양가격 세부내역을 현재보다 5배 확대한 12개 항목에서 61개 항목으로 늘려 공시하기로 했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대폭 불어나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분양원가 공개 축소가 잘못된 것을 인정하며 “SH공사 분양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SH공사가 분양원가 62개 항목을 공개하다가 12개로 줄여 공개를 하나 마나 한 것으로 날려버렸다”며 “후퇴한 공공주택 정책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을 기점으로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주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년 1월 중에는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개→61개…바뀌는 점은

그간 분양가가 투명하게 정해지지 않아 분양가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분양원가와 적정 이윤을 합한 정도가 아니라, 주변 시세에 비례해 높게 정해진다는 비판이다.

분양원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7개에서 61개로 확대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2개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민간부문의 원가 공개항목이 폐지된 바 있다. 공개항목 개수가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하면 이른바 ‘원가 부풀리기’가 어렵게 되니 분양가격에서의 거품은 자연스레 걷어질 것이고, 주택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현재 공개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3개), 공사비(5개), 간접비(3개), 기타비용(1개) 등 4개 항목에서 12개다. 이중 공사비(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 밖의 공사비) 항목에서 토목이 다시 세분돼 토공사, 흙막이공사 등 13개로 늘어나고 건축은 23개, 기계설비는 9개로 대폭 불어난다.

◆ 건설업계 “공급 위축 걱정”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에나 분양가 공개가 실효성이 있었지, 현재는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공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에 규제를 걸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급 위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 등 분양가 관련 정부 규제도 이미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얼마나 내려갈지 의문인데다, 원가 공개를 (공공주택을 넘어) 민간에까지 확대할 명분을 정부, 정치권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공개를 해도 항목별로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해 적정이율이 보장만 되면 (모든 건설사들이)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원가를 공개하면 공급이 줄어 최근 잡힌 집값이 또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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