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닭강정 냄새 솔솔 풍기는 것 같은 신포국제시장 인근. 한 때 시네마거리라 불렸던 동인천 싸리재 골목에 애관극장이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유명 멀티플렉스 체인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금, 애관극장은 어떤 힘으로 꿋꿋하게 하루, 한 달을 버티고 있을까.

애관극장의 역사는 무려 123년 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활동사진(영화의 옛말) 전용 실내극장인 협률사가 생겼는데, 이곳이 1910년대에는 축항사로 불리다 1920년대부터 줄곧 '애관'이라 불렸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불타 소실됐는데, 1960년 복원해 현재의 '애관극장'이 됐다. 이처럼 애관극장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굴곡진 역사를 거치며 꿋꿋하게 국내 최초의 실내 극장으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까지도 위기는 있었다. 한 때 동인천 역 근방에는 애관극장을 비롯해 미림극장, 인천극장, 자유극장, 현대극장 등 10여 개의 극장이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성행하며 하나 둘씩 사라졌고, 11월 현재 애관극장과 미림극장만 남아 있다. 1957년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미림극장은 경영 사정 탓에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실버 세대를 위한 '추억극장 미림'으로 재개관했으나 최근 다시 폐관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애관극장 역시 멀티플렉스 태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애관극장이 있는 동인천 일대의 상권이 축소되면서 극장까지 그 여파를 크게 받게 됐다. 결국 지난 1월 매각설 및 소실설이 터져나왔다.

이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애관극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민들을 중심으로 애관극장을 지키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 시민들'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인천시에 매각 및 소실 위기에 놓인 애관극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노력에 인천시는 애관극장을 매입할 의사까지 밝혔다. 이후 극장주가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애관극장은 또 한 차례 고개를 넘게 됐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시설과 서비스까지 남루하리라 생각하면 오해다. 이제는 찾기 힘든 실외 매표소에서 추억을 느끼며 내부로 들어가면 복층 구조의 라운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객들이 대기할 수 있는 의자는 시간의 흔적은 남아 있었으나 깔끔하게 관리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1회에 300원인 오락실에서는 영화 외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특히 만족스러운 건 영화 티켓 값이다. 한 편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 달리 애관극장에서는 성인 기준 7000원에 티켓 값이 책정돼 있다. 학생이라면 여기에서 1000원을 더 할인 받는다. 조조와 심야 영화의 경우 각각 4000원과 5000원에 볼 수 있다. 특히 경로 할인을 적용, 4000원에 영화표를 팔고 있는 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상영관 크기가 큰 편은 아니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특히 시트 등의 청소 상태와 실내 공기 등이 기대 이상이라 놀라웠다. 흔히 오래된 시트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나게 마련인데 무척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 괌람을 할 수 있었다. 평일 낮 시간대에는 극장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대관한 기분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애관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다면 근처에 있는 신포국제시장에서 닭강정을 먹어 보길 추천한다.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이 닭강정은 모델 출신 연기자 김영광이 지난 2015년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음식으로 소개하기도 했던 그것이다. 또 tvN 종영극 '찬란하고 쓸쓸하 신(神)-도깨비'의 촬영 배경이 됐던 배다리 헌책방 역시 애관극장 인근이라 날 좋은 날엔 이곳까지 산책해 보는 것도 의미있다.

사진=정진영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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