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서영희는 연극 ‘모스키토’(1999년)으로 데뷔해 어느덧 20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그 동안 수 없이 많은 작품에서 눈에 띄는 연기력을 펼쳐 대중의 호평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추격자’(2008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 등 스릴러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80년대 공포물 ‘여곡성’을 리메이크한 동명 영화에서 신씨 부인 역을 맡아 또 한 번 섬뜩한 연기를 펼쳤다.

- ‘여곡성’이 리메이크작인만큼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텐데.

“리메이크작이라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영화가 새 조명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018년 버전으로 재탄생 되면 젊은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일 것이라고 봤다. 최근 들어 사극 공포물도 없지 않나. ‘왜 요즘 공포영화에는 좀비만 나올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 그 감성을 클래식한 영화로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서영희만의 색깔로 신씨 부인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연기하는 신씨 부인의 열정과 야망이 잘 보였으면 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살아날 수 없는 역할이라 이걸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보는 분들도 위압감을 느껴야 하는 캐릭터니까.”

- ‘여곡성’이 여성 캐릭터 중심 영화인만큼 책임감도 상당했을 텐데.

“뭐든지 앞장 서야 하는 역할은 부담스럽다. (웃음) 책임감이 많아지면 무서운 법이다.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긴장됐다. 15세 이상 관객들께서 좋은 평가를 내려주셨으면 한다. 많은 관객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손)나은이 팬들에게 사랑 받고 싶다.”

-손나은(옥분 역)과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첫 인상이 어땠나.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진중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만 혼자 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성도 했고, 한편으로는 손나은 나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웃음)”

-신씨 부인과 옥분이 우물 안에서 혈투를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손나은이 정말 힘들어했다.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손나은의 얼굴에 입으로 진흙물을 내뿜는 장면도 두 번 고생하고 싶지 않아 얼굴을 조준했다. 숨 쉴 틈이 없어서 나은이가 정말 힘들어했다. 다행히 그 장면은 잘 나온 것 같다. 나은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진흙물을 뿜었던 거니까 팬들이 화내지 않았으면 한다. 바닥이 다 물로 차있어서 굉장히 추웠다. 서로 다독이며 씩씩하게 촬영했다.”

-남편에게 지렁이 국수를 준비하고, 먹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설정이다.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지렁이 국수의 지렁이는 모양을 본 뜬 젤리였다. 실제 지렁이는 아니었어도 모형 젤리 자체가 맛있지는 않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직접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연기를 하면서 ‘걱정스럽게 쳐다보지 말자’고 다짐했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딸을 둔 엄마인데, 실제로는 어떤 엄마인가.

“허당이다. 아무것도 몰라서 맨날 혼난다. 그래도 연기할 때 가정이 있으니 덜 힘들다. 집에 돌아오면 금방 다시 밝아진다. 연기를 하다 보면 가정이 있는 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가 있고 나니 낯가림도 없어졌다. 이제는 아무에게나 먼저 다가가서 말도 잘 건다. 예전에는 낯가림이 심해 고생했다. 지금은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느낌이다. 감정을 다 쏟아 부어도 덜 힘들 것 같다. 또 한 번 ‘김복남 살인사건’처럼 감정을 쏟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충무로에서 ‘고생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스릴러 장르에 특화됐기 때문인 것 같은데.

“어느 장르에서 떠오르는 누군가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많은 작품을 해도 특화되지 못한 배우보다 익숙한 배우가 되는 게 좋다. 다른 장르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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