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연평균 약 6.3%↑
해외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러쉬 성장세 꾸준
이니스프리·라네즈·코스맥스 등 '비건 열풍' 동참
러쉬 매장 내부/사진=러쉬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전세계적으로 채식주의 열풍이 불면서 화장품 시장에서도 ‘비건(Vegan 채식주의자)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윤리적 제조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 이에 속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비건 화장품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 조사 결과 전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년 전부터 연평균 약 6.3%씩 성장 중이다.

국내의 경우 해외 비건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브랜드들도 동물 보호를 전제로 제조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실제 비건 화장품의 수요와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 비건 화장품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70% 증가했다. 또 올 1~9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아로마티카 △이즈앤트리 △허로우 등 비건 상품이 있는 브랜드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났다.

◆미국 닥터브로너스·영국 러쉬 꾸준한 성장세

닥터 브로너스 피부보습 제품/사진=닥터 브로너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대표 비건 브랜드로는 미국 ‘닥터 브로너스’가 있다. 닥터 브로너스 전제품에는 동물성 원료 대신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윤리적으로 얻은 성분이 함유됐다.

윤리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고객 확보 동력이 됐고 지난 18년간 별다른 광고 없이도 미국 바디케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세계 매출은 1억1100만 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기록했다.

천연 원료로 입욕제, 비누 등을 만드는 영국 ‘러쉬’도 최근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다.

러쉬는 과일, 채소, 꽃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바디 오일, 풋로션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광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내 마케팅 팀이 없으며 대신 윤리 캠페인팀이 환경 보호, 동물실험 반대 등의 활동을 한다.

꾸준히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고 고품질 제품을 내놓은 결과 러쉬는 지난해 9억4143만 파운드(한화 약 1조3463억원) 세계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9.3% 성장한 수치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커피찌꺼기·식물 성분…국내 브랜드도 ‘비건 열풍’ 동참

국내 브랜드 중에는 ‘이니스프리’가 지난 9월 자극적인 화학 원료 대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서 커피 오일을 추출해 만든 화장품 ‘앤트러사이트 커피 시리즈’를 선보였다. 커피전문점인 제주 앤트러사이트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스페셜 케어 화장품을 개발한 것이다. 

커피 찌꺼기는 잘 썩지 않기 때문에 토양을 파괴하는데, 환경 쓰레기도 줄이면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동물 보호에도 도움을 주는 제품인 셈이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아니지만 환경 친화 화장품으로 알려지며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라네즈’도 지난 3월 영국 비건 협회에서 부여하는 ‘비건 인증마크’를 획득한 ‘뉴 워터뱅크 에센스’를 출시했다. 비건 인증마크는 동물 유래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식물성 화장품에 부여하는 유기농 인증 마크다.

뉴 워터뱅크 에센스는 피부타입에 맞춰 '워터뱅크 모이스춰 에센스'와 '워터뱅크 하이드로 에센스'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워터뱅크 모이스춰 에센스에는 식물성 성분인 브뤼셀 스프라우트, 아티초크 등을 담았으며 워터뱅크 하이드로 에센스에도 마찬가지로 케일, 물냉이 등을 넣었다.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지난 10월 프랑스 인증기관 EVE(Expertise Vegane Europe)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화장품 생산 설비에 대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을 제조할 때도 잔인한 동물 실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마스카라의 경우 토끼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 채 눈 점막에 화학물질을 넣어 반응을 살펴보는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잔인한 화장품 제조 실태가 알려지고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증가함에 따라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몸이 고정된 상태로 마스카라 실험 중인 토끼/사진=유튜브 캡처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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