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베테랑의 품격' 이청용
벤투호 3기 발탁, 빼어난 활약
이청용(왼쪽 17번)이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남태희(가운데)가 골을 터뜨리자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살아 있네!" 한국 축구의 2018년 마지막 A매치로 치러진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반가운 얼굴의 좋은 플레이에 연신 혼잣말이 나왔다. 여전히 날카롭고 정확하며, 이제는 여유까지 묻어났다. '블루드래곤' 이청용(30·보훔)이 A대표팀에서도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청용. 그가 소속팀 보훔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일어섰고,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 받고 태극마크를 다시 단 뒤 전성기 못지않은 빼어난 경기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주축 유럽파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벤투호 3기의 중심을 잘 잡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청용은 11월 호주 원정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17일 호주전과 20일 우즈

베키스탄전에 왼쪽 윙포워드로 배치되어 한국 공격에 힘을 보탰다. 벤투호가 두 경기에서 기록한 득점은 5. 이청용의 공격포인트는 0이다. 공격 자원으로 전방에 서서 골이나 도움을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수를 받고 있다.

코칭 스태프나 팬들이 이청용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경기 지배력 때문이다. 공격에서 좋은 공간을 잘 점유해 동료들이 찬스를 만들 수 있게 보이지 않게 잘 도왔고,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노련한 드리블에 의한 돌파로 시종일관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또한, '템포의 미학'을 살려 우리가 몰아칠 때와 쉬어갈 때는 잘 조율했다. 그라운드의 전체 사령관으로 경기를 잘 지배하며 벤투호를 이끌어줬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이청용은 특유의 '쉽게 쉽게 공을 차는 모습'으로 한국의 대승을 견인했다. 박주호와 함께 왼쪽에 자리하며 우즈베키스탄 수비라인에 균열을 유도했고, 상대 수비수들이 측면으로 몰리자 중앙으로 이동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특히, 선제골을 기록한 남태희가 중앙과 측면을 고루 오갈 수 있도록 공간을 커버하고 수비까지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베테랑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형님'으로서 후배들을 지휘했다.

체력적으로도 완벽한 회복을 증명했다. 이청용은 호주전에서 81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76분을 소화했다. 교체아웃될 때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 쉬지 않았다. 열심히 뛰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인 체력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면서 무리한 플레이를 최대한 줄였다. 상대가 강한 전방압박을 가했던 호주전에서는 약간 뒤로 처져 중원 공간을 많이 커버했고, 우리가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던 우즈베키스탄과 대결에서는 전방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해 공격의 살아 있는 공간을 잘 점유했다. 영리하게 체력을 아껴가면서 잘 뛰었다.

이청용은 10대에 A대표팀에 데뷔해서 '애늙은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노련하게 공을 차면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몇 차례 큰 부상으로 쓰러졌지만 축구 지능과 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몸이 아파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도 눈으로 하는 축구와 머리로 하는 축구를 결코 쉬지 않았기에 여전히 '이청용다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느덧 서른. '서른 잔치'를 시작한 이청용이 이제는 대표팀의 '형님'으로서 벤투호의 중심축으로 거듭났다. 벤투호 3기에는 기성용도 손흥민도 없었다. 하지만 부활에 성공한 '형님' 이청용이 있었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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