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이 영화 ‘여곡성’(8일 개봉)을 통해 ‘호러퀸’으로 돌아왔다. 극 중 옥분 역을 맡아 신씨 부인(서영희)를 상대로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임산부 연기까지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으로 사극 공포물을 택한 손나은은 “어릴 때부터 공포물과 사극을 좋아했다”며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장르고 캐릭터다. ‘여곡성’을 계기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인만큼 연기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던데.

“일 할 때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기는 하다. 그게 연기할 때도 반영이 된 것 같다. 캐릭터의 장면과 감정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이렇게 준비해 간 게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뀌는 게 많았다. 그런 것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연기를 하는 방법도 터득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배운 작품이다.”

-사극 말투를 쓰는 게 힘들었을 텐데.

“감독님과 대사 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부터 사극 말투를 써야 하냐고 물었다. 18세 옥분이가 초반부터 사극 말투를 쓰는 것보다는 편하게 말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소속감과 욕망이 생기며 말투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서영희 선배가 연기하는 것도 많이 참고했다.”

-옥분과 성격이 닮았다고 했는데.

“‘운명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게 아니겠습니까’라는 옥분의 대사가 있다.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나도 내 꿈을 선택하고 이렇게 달려가는 중이니까. 성격적인 면에서도 외유내강한 면이 닮았다.”

-임산부 연기에 액션까지 힘든 장면을 소화했다. 평소 연기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느꼈나.

“뭔가 그렇게 할 작품을 기다렸던 것 같다. 무대에서 주로 예쁜 모습만 보이다 보니 마냥 예쁘지 않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평소에도 화장을 안 하고 꾸미지도 않고 다닌다. (웃음)”

-서영희와 싸움을 벌이는 우물 신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마지막 촬영이었다. 바닥에 물이 깔린 상태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피도 안 통하고 체온도 내려가기도 했다. 서영희 선배가 내 얼굴에 진흙물을 뱉는 신이었는데 그 물은 커피다. 그 장면이 정말 힘들었다. 감독님에게 끊어달라고 사인을 보냈는데 연기인 줄 알고 계속 하셨다. 결과적으로 잘 나온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눈, 코에 다 커피가 들어갔다. 며칠 동안 커피 냄새를 풍기며 살았다.”

-아이돌 연기자는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내 팀 에이핑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연기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물론 두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지 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기회를 잡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 에이핑크 손나은도 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작품들을 보면서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생기는 것 같다.”

-최근 본 작품 중에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최근에 tvN ‘나의 아저씨’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아이유(이지은)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밝고 발랄하지 않은 어두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지 기회만 주신다면 하고 싶다. 물론 지금 나이 대에 맞는 풋풋한 로맨스도 하고 싶다.”

-‘모태 솔로’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여전히 연애를 하지 않고 있나.

“공식입장은 ‘모태 솔로’다. (웃음)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도 오랫동안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놓치는 것 같다.”

-서영희가 인터뷰에서 ‘손나은의 나이 대가 부럽다’고 말했다. 30대를 생각해 본 적은 있나.

“어렸을 때는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륜에서 나오는 내공이 부러웠다. 난 아직 경력이 없다 보니 여유롭지 못하다. 촬영장 의자에 ‘배우 손나은’이라고 적혀 있는 게 적응이 안 된다.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사랑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선배가 있나.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2012년)를 같이 한 엄지원 선배랑 친하다. ‘여곡성’을 처음 제안 받고 출연을 고민할 때 선배에게 대본을 보여줬다. 이 작품을 꼭 했으면 좋겠다며 대본을 읽는 것도 봐주셨다. 드라마를 찍을 때도 참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무자식 상팔자’는 좋은 선배도 얻게 해 준, 내 소심한 성격도 많이 바꿔준 고마운 작품이다.”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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