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선위, 삼성바이오 반박에 재반박
삼성바이오 "회계해석 차이일 뿐…문제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고의 분식회계’ 진위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반박한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국제회계기준, 금융감독원의 방대한 조사 내용, 증거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회사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삼성바이오 반론은) 증선위 결정 내용을 도외시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삼성바이오가 금융 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문답 형식으로 반박한 것에 재반박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반론에 재반박까지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증선위, 기업 반론에 이례적으로 재반박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지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에피스가 성장하면 일정 지분을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두고 단독지배했으나 2015년 바이오젠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하고 관계회사(공동지배)로 변경했다.

증선위는 2015년이 아닌 회사를 설립했던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에 반영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합작계약서에 바이오젠이 에피스 신제품 추가 및 판권 매각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공동지배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도 실질적인 공동지배라고 본 것이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절' 굽히지 않아

증선위가 검찰 고발 조치에 나선 날 삼성바이오는 자사 홈페이지에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문답 형식 반박문을 냈다. 반박문에서 삼성바이오는 증선위가 내린 결론과 판단 근거 모두를 부정하며 회계처리가 적절했다고 강조했다.

반박문에서 삼성바이오는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로 결정 짓는데 판단 기준으로 삼은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소수주주의 ‘방어권’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가) 동의권을 공동 지배권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통상 합작계약서에 나타나는 소수주주권”이라며 “에피스가 바이오젠의 경쟁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선위 결론에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한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유출된 문건은 당사 내부에서 재무 관련 이슈 사항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삼성바이오가 작성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삼성바이오의 자체 평가액은 3조원이지만 시장평가액은 8조원 이상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로 인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즉 삼성바이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고의로 회사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문건인 것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당시에는 미래전략실이 운영됐기 때문에 대규모 이익 및 손실이 발생하는 중요 회계 이슈인 지분법 전환에 대해 회사가 검토 중인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회사가 회계법인의 권유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치열해지는 논쟁…회계업계 의견도 엇갈려

금융 당국과 삼성바이오의 팽팽한 공방에 대한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 자체는 변한 것이 없다”며 “회계 원칙 아래에서도 보유하는 자산에 대한 평가는 측정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없는 자산을 있다고 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있는 자산의 가치 평가를 놓고 회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계 전문가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회계 처리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증선위가 지나치게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해 분식회계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계 업계 내에서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에 대한 의심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문건 등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증거도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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