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고평가손익은 1회적 평가 요인…장기적으로 보면 '0'에 수렴
유가 급락하면 소비 증가·정제마진에 긍정 효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정유사들이 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로 인해 4분기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된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유가하락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분기 재고평가손익이 실적을 대변하지 않을뿐더러 각 정유사들마다 다양한 계약으로 유가 변동성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유가급락이 마냥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국제유가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이 1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들이고 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재고평가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기간은 약 30~45일이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입하는 시점과 제품으로 판매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 유가가 하락하면 앞서 구입한 유류의 평가가치가 떨어지고,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정유 4사의 재고평가손실액만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두바이유, 지난달 최고점 대비 28%↓…어게인 2014?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무려 약 28%나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배럴당 6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4일(84.44달러)와 비교해 무려 27.66% 하락한 수치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증가, 이란산 원유 제재에 예외국 인정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산유국 감산 압박 등을 미루어보면 단기간에 국제유가 급등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사우디의 감산 규모 축소 가능성과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향후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유가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선 정유사들이 유가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봤던 2014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국제유가는 3분기까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4분기에 급격히 하락하더니 그 해(2014년)12월31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5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정유 4사의 추정 재고평가손실만 2조원에 달했고,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은 1조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가급락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두바이유 급락 현황. /사진=오피넷 홈페이지 캡처

◆ 분기 재고평가손익 의미 無·유가하락 긍정 요인도 분명

정유사들로선 지난 2014년의 악몽을 떠올릴법하지만, 마냥 낙담하고 있지는 않다. 

재고평가손익을 장기간으로 보면 4분기 손실은 충분히 상쇄될 것이며 유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계약 조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이 실적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우려하는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성에 따른 손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장·단기 계약 등 석유제품 헤지, 환율 변동성으로부터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를 활용하고 있다. 헤지는 유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계약 시점 수준의 유가와 환율을 고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3분기 재고평가이익이 괜찮았기 때문에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손실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 2014년에는 3분기 후반부터 국제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지만, 올해는 그때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유가하락에 따른 긍정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홍보팀장은 "현재까지 유가 급락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향후 추가 급락만 하지 않는다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익은 제로에 수렴하게 되고,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등 긍정요인이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최근 계속된 유가 급락은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에 결부될 것이지만, 차후 유가가 안정된다면 긍정 요인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하바기에 50%에 가까운 유가 급락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이 모두 개선된 바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재고관련 손실은 사업이익이 아닌 평가이익으로 1회적 평가 요인에 불과하다"며 "정유사는 원재료인 원유의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원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원유 프리미엄(OSP)이 낮아져 영업이익의 추가 확대가 가능하며 수요 측면에서도 제품 가격 하락으로 수요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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