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원 "보통주 85% 미만 의결 사안, 절차상 하자 있다"

물적분할 두고 법리적 다툼 여지 있어

한국GM "3심까지" 총력전 예고
27일 법원은 산업은행의 비토권을 인정해 한국GM이 추진 중인 법인분리에 제동을 걸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우리 법원이 한국GM의 법인 분리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GM은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연구개발(R&D)법인과 생산법인을 분리해 경영정상화의 길을 모색했다. 반면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노조는 법인 분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동차 업계와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2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는 산은이 한국GM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원고(산업은행) 패소를 결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은 "임시주주총회 개최 자체를 금지하지 않으면 산업은행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급박한 우려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한국GM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GM은 법원의 이런 판단을 근거로 법인 분리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반해 산은은 '분할계획서 승인 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GM은 지난달 19일 2대 주주인 산은과 노동조합의 반대를 뚫고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열어 법인을 분리해 12월1일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GM은 파업 등 노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의사결정과 일정으로 연구개발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법인 분리를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법인이 설립되면 1만여 명의 한국GM 직원 중 R&D 인력 3000여 명이 새 회사로 옮긴다. 애초 한국GM은 30일 법인을 분할하고 다음 달 3일 분할 등기를 완료해 모든 절차를 끝내려 했다.

당시 지분 17%를 가진 산은은 노조와 산은의 반발을 예상해 주주총회 장소마저 비공개로 한 한국GM의 대주주 GM의 치밀한 계산 속에 주요 안건에 반대 의사를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을 사용하지 못했다. 결국 산은과 노조가 불참한 가운데 주총은 법인 분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85%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리된 안건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한국GM으로서는 법인 분리 이틀을 앞두고 모든 절차가 '올 스톱' 됐다.

법원 판단의 핵심 근거는 산은이 보유한 17.02%의 지분이 '비토권 대상이 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재판부는 "보통주 총수의 85%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이 사건 결의는 정관 규정(비토권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경영견제 장치로 15% 지분만으로도 비토권 행사를 보장 받았다. 비토권 대상은 '회사의 흡수합병, 신설합병, 기타 회사의 조직개편'이다. 산은은 법인 분리 역시 조직개편이라고 봐 비토권을 주장했다. GM은 '실질적 지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합병이나 기타 유사 행위는 비토권 대상에서 제외'라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산은의 주장을 반박했다. 1심은 GM의 편에 섰지만 2심은 산은의 논리를 받아 들였다.

한국GM은 법인 분리에 하자가 있다고 본 법원 판결 후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연합뉴스

변수는 2심 재판부가 인적분할은 비토권 대상으로 봤지만, 물적분할은 비토권 대상이 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점이다. 2심 재판부는 "물적분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토권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을 떼 기존 법인의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것으로 사업부 매각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한다.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하는 형태다. 지분 변화는 없지만 한국GM이 앞으로 생산법인 구조조정을 염두해 두고 R&D법인을 독립적으로 유지한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누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한국GM은 자동차 부품 관련 연구 사업을 상법상 '인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기존 한국GM의 임대차 권리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인적분할의 경우 쪼개진 두 법인의 지분가치의 합이 산술적으로 기존과 같다고 하더라도 신설법인의 독립성 탓에 주주권의 질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실질적으로 지분상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한국GM은 법인 분리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법원의 판결 직후 한국GM은 "유감스런 결정"이라며 "회사는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으로 회사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국GM 입장문 전문이다.

한국GM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이며 동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한국GM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이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강화하고, 노조, 한국GM 주주 및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회사의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이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을 통해 회사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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