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학계 "키코 상품 가입 약정서는 약관"...공정거래법 적용해야
금감원 "조사 중 사건 말할 수 없어"
3일 국회에서 열린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여야의원들과 금감원 관계자가 키코 피해 구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스경제 양인정 기자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시중은행이 기업들에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상품을 가입시킬 당시 약정서에 날인도 찍지 않는 등 불완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키코 피해가 주로 불완전 상품과 설명에 초점에 맞춰진 것과 달리 불완전한 가입계약서를 문제 삼는 주장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키코 상품으로 피해를 본 상당수 기업들이 상품 가입 약정서 작성 당시 날인 등을 생략하는 불완전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3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 피해기업의 대표 토론자로 나선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은 키코 가입 약정서를 공개했다. 문 전 회장이 공개한 키고 가입 약정서에는 서명 란에 부서장 서명만 있을 뿐 대표이사의 직인이 생략됐다. 문 전 회장은 키코 상품이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은행이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문 전 회장은 “당시 시중은행이 주식을 100%를 무상양도 하는 조건으로 은행관리를 받게 했다”며 “회사가 은행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하청업체들이 연쇄 도산해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 전 회장은 키코 상품을 가입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약 3800억원의 추정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은행들은 관련 키코 공대위가 내세운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키코 약정서는 크게 기본 약정서와 개별 약정서로 구성됐다”며 “기본 약정서는 정상적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개별 약정에 관한 부분은 기본 약정서에서 위임했기 때문에 개별 약정이 하자가 있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학계에서는 기본 약정서가 약관의 성격을 갖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본 약정서가 약관의 성격을 갖게 되면 불공정 계약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교수(법학)는 “키코 상품에 대해 당시 대형 로펌들이 이 문제를 약관의 문제가 아닌 민사 문제로 끌고 갔다"며 “약관의 문제로 보게 되면 공정위의 처벌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려는 전략이 있었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를 재조사하는 금감원은 관련 문건에 대해 언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문제가 아직 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되지 않았고 제3자에게는 조사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는 환율 등락에 따른 옵션을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2010년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키코에 가입한 738개 수출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해 3조원 가량 피해를 입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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