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ICS 도입되면 회계상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IFRS17 대비 자본 확충도 보험사의 부동산 매각 요인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도입에 대비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험사 중 가장 발빠르게 부동산 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년간 보험사 보유 부동산 자산이 2조2841억원이 줄어들었고 이 중 1조9304억원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은 지금도 여의도, 강남, 광화문, 당산, 분당, 수원, 부산, 광주 등 전국 곳곳에 있는 빌딩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사진=각 사.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 보유 부동산 자산이 지난 2016년 상반기 21조401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9조1177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사이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 중 2조2841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삼성생명 1조4607억원, 삼성화재 4698억원 부동산 자산 감소

2년간 부동산을 매각한 보험사들 중 영향력 있는 ‘큰손’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들의 보유 부동산 자산은 2016년 상반기 14조8098억원에서 올해 13조948억원으로 1조7149억원이 감소했다. 이 중 1조4607억원은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자산이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들의 부동산 자산은 6조5919억원에서 6조228억원으로 5691억원이 줄었다. 삼성화재가 매각한 부동산 자산은 4698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서초사옥으로 이전하며 2016년 1월 태평로 사옥을 5715억원에 부영그룹에 매각했다. 삼성생명이 1984년부터 사용해왔던 이 사옥은 국내 보험업계에도 상징성이 큰 건물이었다. 같은 해 2월에는 미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에 동교동빌딩을 592억원에 매각했고 3월에는 종로타워 지분 약 81%를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알파인베스트먼트에 매각 했다. 2986억원에 매각된 종로타워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큰 애착을 보였던 건물이다, 이어 6월에는 서울 방이동에 있는 송파빌딩을 592억원에 새마을금고복지회에 팔았다.

삼성생명의 부동산 매각은 2017년에도 이어졌다. 삼성생명은 2017년 1월 강남메트로 빌딩을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 고든에 861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역삼동 빌딩을 삼성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SRA자산운용에 2078억원에 팔았다.

부영그룹이 인수한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왼쪽)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오른쪽)./연합뉴스.

삼성화재는 2016년 4월 서울 서교동 빌딩을 유경PSG자산운용에 약 50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5월에는 역삼사옥 지분 50%를 KB부동산신탁에 매각하며 620억원 벌어들였다.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화재에도 큰 돈을 안겨준 것은 부영이었다. 부영은 2017년 1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438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화재는 이 부동산 처분이익 등에 힘입어 2017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5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9%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화재는 전북 전주시 기림대로, 경기도 안산시 광덕대로, 울산광역시 중앙로 사옥을 처분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여전히 서울 비롯 전국빌딩 매각 진행 중

삼성생명의 부동산 매각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7일 분당 서현빌딩을 엠디엠(MDM)그룹에 508억원에 판매했다. 서울당산빌딩, 수원인계빌딩, 부산범천빌딩, 부산초량빌딩, 광주금남로빌딩, 광주콜센터빌딩 등 6개 빌딩의 일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엠디엠투자운용은 지난 29일 이 6개 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삼성생명은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에 위치한 빌딩 3개도 매각 진행 중이다. 매각주관사인 애비슨영은 최근 여의도 파이낸스타워, 논현빌딩, 내자빌딩 등을 매각하기 위해 투자 안내문을 배포했다. 본격적인 입찰은 내년 1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보험사들, 자본확충·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피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

이처럼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맞춰 시행되는 K-ICS 대비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은 K-ICS가 도입되면 회계상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은 K-ICS가 도입되면 신용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다. K-ICS는 보험사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더 정교해 부동자산 위험계수도 현행 RBC 비율 제도에 비해 높아진다. 위험계수가 높아지면 부동산의 회계상 자산으로써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과 동시에 부동산자산 보유에 따른 실익 저하를 피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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