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MBC에브리원-MBC뮤직 '창작의 신', MBC '언더나인틴', SBS '더 팬'(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각광받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 이젠 멋쩍게 됐다. 최근 MBC ‘언더나인틴’, SBS ‘더 팬’ 등 새로운 접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론칭하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기 때문. 과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Mnet ‘슈퍼스타K’나 SBS ‘K팝 스타’ 등의 프로그램이 K팝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이뤄진 제너릭한 서바이벌들이었다면 최근 주목 받는 프로그램들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과 타깃층을 가지고 안방극장을 공략하고 있다.

■ 왜 아직도 서바이벌인가

‘슈퍼스타K’가 처음 막을 연 2009년부터, 어쩌면 MBC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의 노래 콘테스트 때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국내 방송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포맷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에 대해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누가 떨어지고 살아남을지 모른다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슈퍼스타K2’에서 허각과 존박이 우승자 자리를 놓고 다툴 때, ‘K팝 스타’에서 몽골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 남매가 등장해 스스로를 악동뮤지션이라 명명하고 자작곡 ‘다리 꼬지마’를 불렀을 때, 정준하가 MC민지란 이름으로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웃지 마”라고 소리치며 랩을 시작했을 때. 대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신선한 충격과 짜릿한 재미를 느꼈던 순간은 무수히 많다.

다만 ‘슈퍼스타K’의 큰 성공 이후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졌고, 비연예인 출연진의 과거 행적들이 문제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한동안 쇠락의 길을 겪게 됐다.

■ 서바이벌은 가수만 나가나

최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프로그램 대상자들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MBC뮤직과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되고 있는 ‘창작의 신: 국민 작곡가의 탄생’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K팝을 이루는 주축이지만 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분야인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윤일상, 휘성, 라이머, 라이언 전 등 가요계 히트메이커 프로듀서들이 대거 등장해 뛰어난 창작력을 가진 후배들을 발굴한다. 가수로서는 물론 작사, 작곡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휘성과 대중가요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윤일상, 라이언 전, 힙합 레이블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까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심사위원들은 프로그램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모델계 역시 시대 변화에 발을 맞춰 지난 10월 10일부터 SBS플러스에서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을 진행했다. 모델과 엔터테이너가 결합된 ‘모델테이너’ 시대에 맞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달 30일 제주도 제주대학교에서 파이널 무대가 열렸으며, 본선 진출자 30명 가운데 윤준협이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 ‘악마의 편집’ 줄이고 출연진은 세분화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랐던 ‘악마의 편집’을 줄인 것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비판 대신 칭찬과 응원에 초점을 맞춘 ‘더 팬’은 ‘착한 서바이벌’의 대표주자다.

‘더 팬’은 셀러브리티들이 나서서 자신이 먼저 알아본 예비 스타들 시청자들에게 추천하고, 경연에서의 투표와 바이럴 집계를 통해 가장 많은 팬을 모은 이가 최종 우승을 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신인 발굴의 루트이자 경연장의 노릇까지 하겠다는 것.

‘더 팬’에 출연하는 유희열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처음 보는 구성의 형태였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우 심사위원들은 출연진의 음정과 발성, 퍼포먼스 능력 등을 평가하고 점수를 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어떤 뮤지션을 좋아하는 건 단순히 실력에만 좌우되진 않는다. 유희열은 “실력, 음정, 테크닉을 떠나 생기는 호감이란 게 있지 않느냐”며 “‘더 팬’에서 나는 심사위원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기켜볼 뿐”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영욱 PD는 “기획 단계에만 1년 8개월 여를 쏟아부었다”면서 새로운 서바이벌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음을 밝혔다.

‘언더나인틴’의 경우엔 만 19세 이하의 남성으로만 출연진을 제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K팝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을 겨냥해 일찍부터 팬 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참가자들이 랩, 보컬, 퍼포먼스 등 스스로 가장 자신 있게 느끼는 파트에 속해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서바이벌들과 또 다른 차별점을 갖는다. 퍼포먼스 팀에 속해 있는 전도염의 경우 방송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여 만에 벌써부터 데뷔를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길에 걸리는 등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어 앞으로 프로그램에서 배출할 스타들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사진='창작의 신', '더 팬' 공식 홈페이지 캡처, MBC '언더나인틴'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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