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母 홍라희 오마주
재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부담됐을 것"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삼성물산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45)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서현 전 사장은 내년 1월1일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는 동시에 어머니 홍라희(73) 씨가 관장을 맡았던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겸하게 된다.

삼성복지재단도 소외계층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에 오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좌하며 문화·복지 사업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삼성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라희 씨 역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동안 라움미술관과 삼성복지재단을 챙기며 내조에 전념했다. 이서현 전 사장의 이번 인사도 사실상 어머니의 행보를 오마주(Hommage)한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삼성물산

◆패션부문 적자, 경영 일선 퇴진 '결정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서현 전 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며, 원리더가 됐다. 그러나 수익성은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영업손실 89억원, 452억원을 냈다.

물론 지난해 327억원의 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브랜드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작년 초부터 남성복 ‘엠비오’와 잡화 ‘라베노바’ 등을 철수하고, 빈폴키즈를 온라인 사업으로 재편했다.

올해 3분기 역시 180억원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억원이나 확대된 수치다. 건설·상사 부문이 3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서현 전 사장이 관여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출시 당시 아시아 톱3 SPA브랜드로 키우고 2020년까지 해외매출 10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어 2016년 9월 중국 상하이에 플래그십 매장까지 내놓으며 대륙 진출을 알렸다. 

그러나 차별화 부족 등을 이유로 경쟁사인 유니클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에잇세컨즈 상하이ㆍ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은 지난해 각각 46억6200만원, 73억5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3630㎡, 약 1100평 규모)는 진출 2년여 만인 지난 7월 폐점했다. 업계 안팎에선 중국 등에 쌓인 재고 물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 이서현 부부, 나란히 이동

남편인 김재열(50) 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지난 5월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중학교 동창이자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차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재열 사장의 거취를 경질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사건과는 무관”이라고 일축하며 “이서현 사장은 그간 남모를 선행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알리지 않은 것”이라며 “모친의 걸었던 길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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