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올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200여명을 감축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제2금융권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실적악화에다 정부 규제가 강해진 탓이다. 카드·보험·증권사는 규제강화나 환경변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인력을 감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카드업계는 정부의 잇따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 실적도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31.9% 급감했고, 3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4.0% 줄었다. 최근 당정이 발표한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1조원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총 임직원 2400명)는 올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이미 200여명을 감축했다. 신한은 지난 2008년, 2010년, 2013년, 2015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 있다. KB국민카드도 올해 초 2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BCG는 현대카드 임직원 약 1600명 중 4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카드사 노조 협의회는 "모든 카드사가 적자에 빠질 수 있고, 대량해고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며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으로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손실이 불어나고 있는 보험업계도 사정은 좋지 않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2022년 IFRS17 도입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이 경영에 막대한 부담 요인이다.

올해 1∼3분기 생보사들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2582억원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3조8381억원 감소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239억원 줄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0월 전체 임직원(1100명)의 약 10%인 11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약 3300명의 임직원을 둔 KB손해보험도 노동조합과 희망퇴직을 협의 중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 이후 첫 희망퇴직이다. KB손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전속지점도 일부 통폐합했다.

증권업계도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실적악화로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9576억원으로 2분기보다 2882억원(23.1%) 감소했다.

임직원 약 3100명인 KB증권은 1975년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 KB투자증권과 통합하고 나서 처음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다.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은 최근 “‘점포 30% 감축’ 계획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사측을 상대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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