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거래소, 삼성바이오 미래 가치 높게 평가
금융당국 거래 재개 결정 성급했다는 지적도
상장 폐지를 면한 삼성바이오 본사 앞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상장 폐지에 몰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위기를 넘겼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의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거래를 재개했다고 밝히면서도 경영 투명성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계 및 회계 업계에서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내린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상장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는 기업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계속성과 관련해서는 “매출·수익성 개선이 확인됐고 사업 전망과 수주 잔고·계획을 볼 때 기업 계속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무 안정성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 내 채무 불이행이 현실화할 우려도 크지 않아 재무도 안정적인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는 2016년 2946억원, 2017년 4646억원, 2018년 3분기 기준 35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 전체 매출액은 5029억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추정치가 맞다면 3년 연속 매출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2016년 304억 적자에서 지난해 65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 3분기에는 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 미래 가치 높은 평가 받았지만…'경영 투명성'은 글쎄 

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기업 계속성과 안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법상의 지배구조 및 내부 통제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증선위(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경영 투명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를 처음 지적한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전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한국거래소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며 “뭐가 '일부 미흡'한 것인가. ‘경영 투명성은 완전 없지만’이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었음에도 상장을 유지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회계 분식이 드러나면 모든 기업들은 ‘분식을 제거할 경우 재무제표는 이와 같습니다’라는 수정 재공시를 하는데 삼바(삼성바이오)는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며 “(상장 유지는) 삼성이니까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 회계 업계 "거래 재개 성급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분식회계 진실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나온 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성급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회계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서는 회계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며 "본격적인 행정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거래 정지를 푼 금융당국의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고 밝혔다.

손혁 계명대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는 이번 금융당국 결론에 대해 "삼성바이오의 경우 상장 때부터 특혜 의혹이 있었다"며 "소액주주 보호 이유도 있었겠지만 상장 폐지 결정이 나면 금융당국의 과오를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회계처리 방식이긴 하지만 누구든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면 애초에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삼성바이오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내에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는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비교적 유연한 회계 기준이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KAI) 등 국내에서는 분식회계를 저지르고도 상장 폐지가 된 적이 없다"며 "거래 정지 전 소액투자자들의 매수 러시가 쏟아진 것만 봐도 거래는 재개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을 처벌해야 이런 사례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는 상장을 유지할 뿐 금융당국의 검찰 고발과 중징계 결정 등 절차는 아직 남아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말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신청과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는 내년 초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해야 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행정소송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은 유예된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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