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한 방송들이 연달아 온에어 전구를 깜빡이고 있다. 입고 먹고 꾸미는 삶에서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을 전반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스몰 럭셔리’로 일컫는 홈퍼니싱 방송(집방)부터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발맞춰 반려동물과의 공생을 취향저격한 방송들이 시도되고 있다.

■ 집방의 시대

집방은 방송사들이 앞다퉈 도전하는 장르다. 방송사들이 삶의 공간, 집을 꾸미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과거 불우한 이웃의 집을 고쳐주는 교양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에서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내가 사는 집을 얼마나 더 실용적이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지, 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스스로 직접 고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인테리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재테크 수단에 불과했던 집이 개성을 뽐내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자가가 아니더라도 넓지 않은 집이라도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꾸미는데 많은 노력을 할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테리어 공룡기업 이케아(IKEA)까지 국내에 진출하면서 가구, 인테리어, 생활용품을 파는 홈퍼니싱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가구 판매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조33억원이 됐다. 홈퍼니싱 시장은 2018년 무려 1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스튜디오 셀프 인테리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연예인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전문 셰프들이 요리 배틀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의 방, 거실, 부엌 등을 스튜디오에 그대로 재현해 아름답게 꾸며보는 인테리어 프로그램이다. 네 명의 연예인과 네 명의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의뢰인이 바꾸고 싶은 공간을 저비용 고효율로 탈바꿈시키는 대결 구도다. 스타 의뢰인이 예상한 금액 안에서 원하는 인테리어로 만족시켜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취향저격의 백화점과 같은 tvN도 집방을 정규편성했다. 노홍철의 예능복귀작인 ‘내 방의 품격’은 고칠 집의 견적을 받아 셀프 인테리어에 능숙한 이들에게 싼 값에 집을 고친 노하우를 알아보는 방송이다. 전문업자에게 맡기면 수 천 만원이 드는 경비를 백만원대로 낮출 수 있는 비결을 배우며 토론 형식을 진행되기 때문에 교양의 성격에 더욱 가깝다.

XTM의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는 남자의 로망이 담긴 공간으로 개조하는 방송이다. 아내 몰래 취향대로 방을 고치거나 인테리어를 꾸민 뒤 반응을 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집방보다 몰카 예능에 가깝다.

케이블채널 홈스토리는 아예 홈퍼니싱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방송이다. 24시간 내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의 비싼 집부터 서민 주택까지 어떻게 꾸밀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하이로우 프로젝트’, ‘와타나베의 건물탐방’, ‘집나와라 뚝딱’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펫방의 시대

개, 고양이는 물론 어류 조류 파충류 등 다양한 반려동물이 인간의 파트너로 존중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천만이나 되고, 애완동물(Pet)을 가족(Family)로 맞이하는 ‘펫팸족’이 증가하면서 동물을 다루는 방송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에도 동물이 등장하는 방송은 꾸준히 전파를 타 왔다. SBS ‘TV 동물농장’은 수많은 동물들이 에피소드를 책임지며 2001년 5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전파를 타고 있다. 반면 KBS2 ‘주주클럽’, MBC ‘애니멀즈’는 반려동물을 등장시켰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안방극장에서 퇴장했다.

출연 동물이 인기와 시청률까지 휩쓴 방송들도 왕왕 있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상근이나 tvN ‘삼시세끼’의 밍키 에디 산체 벌이 등등은 시청률 상승의 한 축이었다.

▲ JTBC ‘마리와 나’

JTBC와 채널A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 펫방을 편성해 방송 중이다. JTBC ‘마리와 나’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하게 된 주인을 대신해 스타들이 펫시터로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강호동 서인국 심형탁 이재훈 은지원 김민재 김진환과 비아이(아이콘)이 펫시터 마리 아빠가 돼 다양한 반려동물을 돌보고 있다. 10일 방송에서는 심형탁과 김진환이 사고로 뒷다리가 마비된 고양이를 돌봤다. 이재훈과 서인국은 함께 사는 게 어려운 개와 앵무새를 맡아 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채널A ‘개밥주는 남자’는 반려견과 남자 연예인들의 동거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반려견을 기르며 겪는 고충과 반려동물과의 교감으로 느끼는 위로의 과정을 매주 방송하고 있다. 주병진은 웰시코기 세 마리, 현주엽은 비숑프리제, 강인은 프렌치불독을 키우며 겪는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주인이 나가고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들을 위한 전문 방송도 있다. 도그TV는 애견들의 분리불안 증세를 개선할 수 있도록 만든 채널이다.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전세계 세 번째로 개국한 이 채널은 애완견들이 외롭거나 심심해 하지 않도록 프로그램들로 꾸며져 있다. 도그TV는 벌써 4만 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꾸준히 시청가구를 늘려가고 있다. 스카이펫파크 역시 애완동물을 다루는 채널로, 안선영과 이창민 등이 진행하는 ‘마이펫 상담소’가 전파를 타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사들이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소재의 프로그램들을 발굴, 방송화 하고 있다. 특정 소재에 매달리기보다 트렌드를 관통하는 소재를 찾아 시청자들을 시선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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