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홍콩=정진영 기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8 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의 홍콩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이야기다. 말이 좋아 공연이지 일부 팬들의 매너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 경호원에게 쫓기고 몰래 녹화하고

'MAMA' 시상식은 14일 오후 7시(현지시간)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아레나에서 열렸다. 레드카펫과 본 공연을 포함해 약 1만 4000명의 관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1만 4000명 가량이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비슷한 정도다.

체조경기장이 국내 정상급 스타들이 콘서트에서 이용할 정도로 큰 규모인 건 맞지만 관객들이 통솔이 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체조경기장보다 더 큰 규모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석 공연이 열릴 때도 관객들의 무질서가 논란을 일으켰던 일은 없었다.

'MAMA' 홍콩 공연은 달랐다. 공연장 내부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는 사인을 계속해서 스태프들이 들고 다녔지만 소용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퍼포먼스를 펼칠 땐 녹화도 자연스럽게 했다.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 짐을 검사했지만 가방 겉을 손으로 만져 판별하는 정도에 그쳤다. 소형 녹음기나 녹화 도구는 충분히 들여올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한 팬은 자리에서 이탈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경호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경호원이 사진을 지울 것을 요청하자 이 팬은 도망치기 시작, 공연장 안에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자리 이탈에도 제지 NO

방탄소년단, 워너원, 트와이스 등 K팝 톱 스타들은 물론 안젤라베이비, 제이제이 린, 자넷 잭슨 등 세계의 많은 스타들이 참여한 행사인 만큼 안전과 질서가 무척 중요한데도 공연장 내부 스태프들의 관객 대응은 글로벌한 수준에 미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메라 사용의 경우 복불복처럼 일부 팬들에게만 제지를 가했고, 이 탓에 제지를 받은 관객은 공연 내내 "불공평하다"며 불평을 했다. 이런 말소리들이 다른 관객들의 공연 관람을 방해한 건 당연하다.

자신의 자리를 떠나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더 잘 보이는 좌석으로 옮기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했다. 특히 스타들이 앉아 있는 출연진 석 주변과 무대 주변 좌석이 혼잡했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 중간 일어서서 전망이 좋은 자리 가운데 빈자리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했고, 자리가 나면 거침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지정석'의 개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일부 스타들에게만 집중된 환호도 문제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화면이나 무대에 등장할 때 소리치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시상자나 다른 수상자가 이야기를 할 때도 화면에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면 어김없이 크게 고함을 치는 관객들 통에 스타들이 말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선미가 여자 가수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할 때 방탄소년단은 무대를 준비했는데, 이를 알아본 팬들이 소리를 질러 선미는 중간중간 말을 멈추며 수상 소감을 이어가야 했다.

누가 뭐래도 K팝은 2018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장르 가운데 하나다. 방탄소년단은 물론 많은 K팝 스타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한류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고, 이들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런 가운데 개최된 '2018 MAMA'의 무대들 역시 무척 그 수준이 높았다. 'MAMA'는 매년 그 규모를 키우며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을 만드는 건 비단 주최 측만이 아니다. 공연장을 찾고 환호하는 관객들 역시 시상식의 일부다. 이를 잊은 듯한 일부 관객들은 '2018 MAMA' 현장의 오점이 되고 말았다..

사진=CJ ENM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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